그린스펀의 충고 "양적완화 당장 축소해야"

입력 2013-06-10 16:55   수정 2013-06-11 02:31

버냉키 정책 겨냥 이례적 … 시장충격 최소화 위해 점진적 추진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 논란에서 ‘1994년의 기억’이 떠오른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양적완화 축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처지를 1994년 11월 3%였던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전격 인상했던 앨런 그린스펀 당시 Fed 의장(사진)과 비교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이 신문은 “그린스펀 전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하고, Fed 의장이 직접 경기판단 관련 성명을 발표하는 전통을 만들었다”며 “하지만 그린스펀이 시장과의 대화와 Fed 투명성 제고를 위해 애를 썼는데도 세계 금융시장에선 일대 혼란이 야기됐다”고 지적했다. 또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라는 비(非)전통적 금융 정책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시점에 있다”며 “13년 전 그린스펀 전 의장보다 훨씬 더 시장과의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의 마에스트로’라 칭송받았을 정도로 위상이 높았던 그린스펀 전 의장도 이같이 시장 앞에선 쩔쩔맸다. 그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Fed를 향해 “양적완화를 당장 축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경제가 준비되지 않았어도 상관없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버냉키 의장을 겨냥해 직접적인 발언을 한 건 이례적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지난 7일 CNBC에 출연해 “Fed가 양적완화로 매입자산 규모를 너무 많이 불려서 대차대조표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며 “시장에서 순순히 받아들여지긴 힘들겠지만 Fed는 지금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선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좋다”며 “주가 상승에 따라 자산가치도 함께 오르고 있고, 미국 증시 하락 가능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도 이날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Fed가 양적완화를 99번 한다고 해도 효과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특유의 독설화법을 구사했다.

파버는 “양적완화가 미국 인구의 0.5%밖에 안 되는 소수 부유층의 재산만 불렸을 뿐 일반인들은 그 효력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양적완화로는 절대 일자리를 늘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과 파버가 Fed 측에 양적완화 축소를 서두를 것을 주문하는 이유는 미국 시장 곳곳에서 자산가치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올 들어 약 13%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10일 “오는 18~19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된 본격적인 논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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