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쓰레기 무단투기 '중국어 경고판' 붙은 까닭은…

입력 2013-06-10 17:27   수정 2013-06-11 04:38

현장 리포트

종량제 봉투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 길가 내다버려
구청, 중국어·영어 안내문까지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마을버스 8번 종점 인근. 후미진 주택가 모퉁이에 중국어로 쓰레기 배출 방법을 적어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사진). 현수막 아래에는 비닐봉투에 담겨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봉투가 나뒹굴었다. 길고양이가 뜯은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선 음식물이 흘러내려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종로구청 쓰레기 단속반원과 중국인 여대생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단속반원이 쓰레기 봉투를 뒤져 찾아낸 택배 송장을 보여주며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버리지 않았냐”고 몰아붙이자 여학생은 당황한 듯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단속반원과 학생 사이의 말다툼은 10분 넘게 이어졌다. 서울 명륜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자취방을 운영하는 문옥순 씨(76)는 “외국인 학생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대학가 주변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온 지 얼마 안돼 생활문화에 익숙지 않은 초보 유학생들이 무심결에 쓰레기를 주택가나 도로에 마구 버리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늘고 있다.

종로구 동대문구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구청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민원이 잦다. 종로구청이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적발한 쓰레기 무단 투기 적발 건수는 672건에 달한다. 최재성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명륜동에서만 1주일에 평균 6~7명의 쓰레기 무단 투기자를 적발하고 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외국인 유학생”이라며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를 단속해 달라는 민원도 많고 이 문제로 주민과 유학생 간 다툼이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민원이 잦아들지 않자 해당 구청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동대문구청은 중국인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민원이 늘어나자 이달 초부터 중국어로 쓰레기 배출 안내문을 만들어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종로구청도 한국어·중국어·영어가 함께 적힌 무단 투기 경고 표시판을 만들어 명륜동을 중심으로 종로구 내 30여곳에 다음달 초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이용수 동대문구청 청소작업팀장은 “앞으로 일본어와 베트남어로 된 안내문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청에서 제작한 쓰레기 배출 안내문을 중국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푸른시민연대의 이주영 활동가는 “각 나라마다 쓰레기 처리 방법이 달라서 발생하는 일”이라며 “특히 한국 생활이 익숙지 않은 유학생들에게 분리 수거 방법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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