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7년째 공사 삼성로, 이번엔 뚫릴까

입력 2013-06-11 16:51   수정 2013-06-11 21:42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정문 앞 도로가 꽉 막혀 있었다. 자동차로 2㎞를 가는데 15분이 넘게 걸렸다. 지난 10일 삼성전자 모바일연구소(R5) 입주식을 보기 위해 가던 중 겪은 일이다. 정체가 심해진 건 디지털시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삼성로(국도 42호선 원천동 삼성3거리~태장동 세계로 구간 3.12㎞)’가 7년째 확장 공사 중이어서다. 왕복 6차선이어야 할 이 도로엔 두 차선을 점령한 붉은 플라스틱 드럼통을 피해 네 개 차선으로만 차들이 다녔다.

고속도로 길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5위, 국도는 7위에 달할 정도로 길 잘 놓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인데 삼성전자 앞길을 7년이나 넓히지 못한 이유는 뭘까. 경기도와 수원시는 2007년 왕복 4차선이던 삼성로를 왕복 6차선으로 확장키로 했다. 공사비 1400억원 중 경기도가 430억원, 수원시가 440억원을 대고 삼성이 53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2009년 공사가 시작됐지만 2010년 중단됐다. 일부 시민단체가 삼성로 확장을 ‘삼성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자 경기도 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해서다. 일부 도의원은 “혈세를 왜 대기업에 쏟아붓느냐”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 때문에 디지털시티에서 일하는 3만5000여명의 삼성전자 임직원 및 주변 5000여명의 협력사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마다 상습 정체를 겪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빈들이 ‘한국 대표기업’이라는 삼성전자를 방문할 때마다 정체로 곤란을 겪는다. 지난달 29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도 공사 중인 길을 통해 이곳을 찾았다. 작년엔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 등이 방문했다. 이 같은 국내외 손님이 연간 2만명을 넘는다.

삼성로는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재개돼 오는 8월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날 R5 입주식에 참석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장호철 경기도 의회 부의장과 염태영 수원시장 등에게 “삼성전자가 대한민국 간판기업인데, 앞길 진입로도 제대로 깔아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엔 꼭 길을 완공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본사가 있는 경기도와 수원시에 한 해 취득·등록세, 재산세 등 지방세만 2000억원가량을 내고 있다.

김현석 산업부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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