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인력 최대 200명 감축 "올해 더 어렵다" 판단

입력 2013-06-11 17:10   수정 2013-06-12 00:42

증권가 또 구조조정 바람부나



자산기준 업계 3위인 삼성증권이 그룹 관계사 전환 배치를 통해 인력을 10%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많게는 300여명을 한꺼번에 감축하는 것은 경영 어려움이 가중되는 증권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올 들어 점포 축소와 통폐합에 집중하는 증권업계에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다시 불 수 있어 주목된다.

11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해 증권업황이 작년에 이어 더 나빠질 것으로 판단, 인력을 10%가량 줄인다는 목표 아래 관계사로 전출할 의향이 있는 직원들에 대한 수요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시에 인력을 넘겨받을 여력과 의사가 있는 관계사가 어디인지 파악하고 있다. 이달 안에 전환 배치를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방안을 지난달 말 회사를 방문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 등은 삼성증권의 순조로운 인력조정을 위해 관계사 간 협조 방안을 추진하도록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업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회사 쪽으로 입사 5~13년 정도의 대리, 과장급 직원을 전환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관계사가 경력 채용 계획을 줄이는 대신 증권쪽 인력을 데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증권의 인력 감축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말엔 100명을 희망 퇴직시켰다. 작년 2월에는 홍콩법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 인력을 100명에서 20명으로 줄이고 한국물만 매매토록 했다. 삼성증권은 “희망퇴직은 일시적인 비용부담이 크고 사회적 여론도 좋지 않아 실시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전환 배치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대규모 인력 감축은 올해 증권업황이 작년에 이어 더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전 영업이익 목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의 10% 수준인 3000억원인데, 작년 2291억원 등 2년 연속 2000억원대에 머물렀다”며 “지난달까지 업황을 보건대 지금 몸집을 줄이지 않으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순영업수익(매출 개념)은 2012회계연도에 96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291억원으로 21.2% 줄었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 더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10조원을 웃도는 보유 채권에서 나오는 이익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작년 7월 기준금리 인하로 보유채권 관련 이익이 전체 이익의 22%를 점하며 실적 감소의 버팀목이 됐지만 올해는 금리가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인력 감축이 증권업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증권사들의 순이익이 1조2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고 전체 62개 증권사 중 15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올 들어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에서 점포만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왔으나 업황이 더 나빠지면 작년과 같은 감원 바람이 다시 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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