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급락한 삼성전자 더 사고 싶어도…

입력 2013-06-11 17:18   수정 2013-06-11 22:10

삼성전자 140만원 붕괴, 비중 포화상태…더 못 늘려
10%룰 때문에 주가방어 한계…오히려 개미들이 1조 넘게 매수
몰빵 리스크 방지 조치지만 주가 하락 땐 대응 능력 떨어져




“사고 싶어도 한도가 꽉차 더 살 수가 없습니다.”

한 중대형 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 기회가 찾아왔다고 판단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위가 굳건하고 반도체 부문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봐서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데는 소극적이다. 운용 중인 펀드에서 삼성전자를 담을 수 있는 한도까지 꽉 채워놔 더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매니저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를 때 더 못 산 것도 아쉽지만 내릴 때 바라만 보는 것은 훨씬 어렵다”고 푸념했다.

○기관 ‘의외로’ 소극적 대응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나흘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면서 11일 전날보다 3만6000원(2.53%) 내린 138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14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11월21일(138만4000원)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나흘 동안 주가가 10% 가까이 빠졌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앞다퉈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내놓고, 이에 발맞춰 외국인이 최근 사흘 동안에만 1조1368억원어치의 투매성 매물을 내던진 탓이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지만 국내 기관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 외국인과 달리 긍정적인 시각이 아직은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를 보면 ‘의외로’ 소극적이다.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7일 외국인 매물이 6000억원 넘게 쏟아질 때 251억원어치만 사들였다. 그 다음 거래일인 10일에는 456억원을 매수했고, 이날은 940억원어치의 사자 우위를 보였다. 이에 비해 개인은 최근 사흘간 1조원어치 넘게 쓸어담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게 그나마 받쳐준 것은 큰 덩치를 자랑하는 기관이 아닌 ‘개미’들이었던 것이다.

○10%룰에 대응 못해… “규정 개정해야”

운용사들이 이처럼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10% 룰’ 규정 탓이 크다. ‘10% 룰’은 공모펀드가 한 종목을 최대 10%까지만 편입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단 삼성전자처럼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으면 예외적으로 시가총액 비중 만큼 편입이 가능하다.

예컨대 100억원짜리 공모펀드는 삼성전자를 아무리 좋게봐도 시가총액 비중인 18.07%(11일 종가 기준)까지만 담을 수 있다. 만약 이를 넘게 되면 3개월 이내에 일부를 팔아 이 비중을 맞춰야 한다. 공모펀드가 한 종목을 너무 많이 샀다가 큰 손실을 보지 않게 하기 위해 생긴 일종의 투자자 보호 장치다.

문제는 국내 대다수 운용사들이 공모펀드에 삼성전자를 최대치로 채워넣고 있어 요즘같은 주가 하락 시기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펀드인 ‘디스커버리’나 ‘3억만들기솔로몬’은 3월 말 기준 삼성전자 비중이 각각 16%대로 추가 편입 여지가 거의 없다. KB자산운용의 그로스포커스펀드는 20%가 넘어 오히려 줄여야 할 처지다.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신운용 등 다른 대형 운용사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업계에선 이 규정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시총 비중의 20~50% 범위 안에서 초과해 투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공모 펀드가 역차별을 받는 만큼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사장은 “시총 비중이 0.01%인 종목을 10%까지 늘리는 게 위험한지, 20%인 종목을 30%까지 확대하는 게 위험한지 따져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에서 정식으로 요구가 있으면 규정 개정이 필요한지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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