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휘호 열전…통치 철학 엿볼까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13일 부터 롯데갤러리 전시


백범 김구는 광복 후 건설될 새 나라의 모델로 문화부국을 강조했고 이런 생각을 ‘홍익인간’이라는 휘호에 표현했다. ‘조국 근대화’를 기치로 내건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개척과 전진’이라는 글씨에 자신의 생각을 압축적으로 담았다.

롯데갤러리는 13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시장에서 역대 대통령의 통치철학과 인간적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휘호전: 홍익인간 1919-2013’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역대 대통령과 영부인의 휘호 49점을 비롯해 휘호가 쓰인 항아리, 방명록, 관련 사진 등이 함께 전시된다.

‘붓을 휘두른다’는 뜻의 휘호는 오래전부터 정치 지도자들이 자신의 통치철학을 널리 알리거나 흩어진 민심을 다독이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정치적 라이벌과 긴장을 푸는 수단으로도 활용됐다. 개성적인 서체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대통령들의 인품과 성격까지도 꿰뚫어볼 수 있다.

백범의 글씨는 큰 기교는 없지만 또박또박 써 내린 서체에서 남다른 신념을 느낄 수 있고, 평생 서예를 연마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묵적 ‘민위방본(民爲邦本백성을 나라의 근본으로 삼는다)’엔 정교함과 기교가 묻어난다. 박력이 넘쳐 ‘사령관체’로 불리는 박 전 대통령의 글씨에서는 선진국가 건설에 대한 강인한 의지가 엿보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 ‘행동하는 양심’은 민주화를 시대적 소명으로 여겼던 그의 정치적 소신만큼이나 과단성이 느껴진다. SNS를 통한 소통을 즐겼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휘호를 남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가 방명록에 남긴 글씨가 대신 전시돼 시대의 변화상을 느낄 수 있다.

성윤진 롯데갤러리 책임 큐레이터는 “휘호는 단순한 서예를 넘어 역대 대통령의 따뜻한 인간미와 숨결은 물론 시대상까지 함께 읽을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잊혀져 가는 휘호 문화의 깊은 뜻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02)726-443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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