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의원들이 발의한 규제법안 중 상당수가 새로 만들 필요가 없거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의원입법을 통한 규제법안은 급증하고 있지만 부실한 법안만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규제학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 주최한 ‘2103 춘계학술대회’에서 19대 국회에서 논의되는 규제법안의 실효성과 적절성 등을 분석·평가한 ‘의원입법의 정치경제’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논문은 김주찬 광운대 행정학과 교수와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주도로 규제학회 산하 ‘규제영향분석 특별위원회’ 소속 전문가 30여명이 작년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3356개 입법안 중 규제법안 474건을 평가한 결과를 담았다. 평가는 △규제신설의 필요성과 정당성 △규제에 따른 예상 결과 △규제 수단의 적절성 등 세 항목으로 나눠 이뤄졌다.
‘규제신설의 필요성과 정당성’ 항목은 5점 만점에 2.99점, ‘규제에 따른 예상 결과’는 3.22점, ‘규제 수단의 적절성’은 2.92점으로, 대체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국회의원들이 만들 필요가 없는 규제를 신설하고 부작용이 큰 규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주찬·김태윤 교수는 “규제를 신설할 필요성에 동의하기 어려운 법안이 많았다”며 “일부 규제법안은 부정비리, 민간부문의 왜곡·축소, 민간 자율성 제약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소속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3.14점(215건 발의), 민주당 의원들이 2.99점(226건 발의)을 받았다. 국회 상임위별로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쏟아낸 산업통상자원위(2.87점), 정무위(2.87점), 기획재정위(2.87점), 환경노동위(2.88점) 등의 평점이 낮았다.
논문은 법안별 문제점도 조목조목 짚었다. 규제 품질이 낮은 법안으로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대표 발의:최재성 민주당 의원),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대표 발의:은수미 민주당 의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 일부 개정안’(대표 발의:이목희 민주당 의원) 등을 꼽았다.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대학등록금 면제·감액 기준을 법률로 정하는 법안으로 대학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규제학회는 평가했다. 파견근로 등 간접고용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을 줄이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대표 발의:김기식 민주당 의원),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안’(대표 발의: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은 만들지 않아도 될 법안으로 꼽혔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제한하는 내용의 김기식 의원 입법안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왜곡시킬 우려가 크다고 규제학회는 지적했다. 아울러 규제학회는 의원들이 낸 규제법안이 ‘일몰’(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하는 규제)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474개 규제법안 중 일몰 조항을 담은 법안은 4건에 불과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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