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많은데…稅收 올들어 8조 '펑크'

입력 2013-06-12 17:30   수정 2013-06-13 01:48

경기침체로 계속 안걷히면 2차 추경·세출 삭감 불가피
주요 세목 모두 부진…법인세 가장 심해



올 들어 경기 침체로 지난 4월 말까지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7102억원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8조3000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이 같은 세수 부족 상황이 이어질 경우 연내 또다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거나 세출 예산을 대폭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류세, 주세도 부진

12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에게 제출한 ‘연도별 세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걷힌 국세 수입(관세 제외)은 총 70조50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9조2132억원)에 비해 8조7102억원이나 적었다. 또 4월 말 현재 국세 수입 진도율은 추경예산(199조458억원) 기준 35.4%, 당초 예산(204조3543억원) 기준 34.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말 진도율(41.2%)이나 2010년(39.6%) 2011년(40.7%)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소득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교통에너지환경세(유류세) 등 주요 세목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법인세 부족이 가장 심각했다. 4월 말 세수 중 법인세 항목은 12월 결산 법인들이 납부한 세금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매년 이 항목의 세수 진도율은 40%를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16조5293억원이 걷히는 데 그쳐 진도율이 36.0%에 불과했다. 올해 정부의 법인세 세입예산(추경 기준)은 45조9621억원이지만 40%에도 못 미치는 진도율을 고려할 때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세도 작년에는 4월 말까지 연간 목표액의 28.5%를 걷었지만 올해는 26.2%에 그쳤다. 부가세와 상속·증여세의 올해 진도율은 각각 44.8%, 25.6%로 지난해의 48.4%, 30.6%보다 낮았다. 유류세와 주세, 개별소비세 등이 포함된 기타 세목의 경우도 14조3493억원으로 올해 목표액(41조9587억원)의 34.2%에 머물렀다. 지난해 기타 세목의 4월 말 세수 진도율은 43.5%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기 침체 여파에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유류세와 주세마저 부진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연 20조원 이상 모자랄 수도

작년 4월 세수의 경우 진도율이 올해보다 나았지만 그래도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예산보다 3조5000억원 정도 부족했다. 올해 세수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되는 배경이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당초 예산 대비 최대 36조원의 세금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올 3월 말까지 국세 수입은 47조424억원으로 작년 1분기 실적 55조원에 비해 7조9576억원 적었다. 한 달 만에 전년 대비 부족액이 7526억원 늘었다는 뜻이다. 세수가 항상 추세대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극적 반전’이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4월까지 추세 대비 단순 계산만으로도 올해 세수는 20조원 이상 모자랄 전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숨어 있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걷겠다는 방침이지만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적으로 걷을 수 있는 세금은 통상 연간 세수의 3~4%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올해 국세 세입 예산(199조458억원)을 감안하면 세무조사로 추징할 수 있는 금액은 6조~8조원을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부 일각에서 벌써부터 2차 추경에 대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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