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소음·악취 해결할 수 있다"…주민들 "차라리 청와대에 지어라"

입력 2013-06-12 17:32   수정 2013-06-13 03:49

행복주택 첫 공청회 파행…가시밭길 예고

전문가 해법은
유수지, 정기 세척 실시…기계식 배기시스템 병행
철도부지, 차음·방진시설 설치로 소음문제 해결

주민들 주장은
교통체증·과밀학급 우려…"손해배상 소송 불사"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공주택사업인 행복주택이 시작 단계부터 험난한 노정이 예고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시범사업지역 발표 이후 시작된 의견수렴과 해당부지 공람과정에서 만만찮은 주민반발에 부닥치고 있다.

12일 국토부가 경기 안양시 국토연구원에서 준비한 첫 번째 ‘행복주택 공청회’가 현지 주민의 극한 반대로 파행으로 끝났다. 국토부는 이날 행복주택의 개념과 소음·진동·악취를 막기 위한 기술적 대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었다.

○행복주택 갈등 해소 험로 예고

이날 공청회를 찾은 서울 목동·공릉지구와 경기 안산시 고잔지구의 주민은 공청회 시작 이전부터 ‘목동 행복주택 철회’ ‘공릉에는 결사반대’ 등의 플래카드와 현수막을 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부작용 최소화 방안을 찾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주민들의 감정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재평 국토부 서기관의 기조발제 때부터 장내는 소란했다. 주민들이 “정부는 거짓말을 하지 마라” “차라리 청와대에 지어라” “손해배상 소송 불사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발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이 소음·진동·악취 방지대안을 얘기할 때도 항의는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할말이 없다”며 발표를 중단했다.

찬반토론회부터는 성토장으로 변했다. 황규돈 공릉행복주택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공릉동 경춘선 폐선부지는 지역민·정치인·자치구가 10여년 전부터 논의해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며 “이미 공릉동에는 자취생을 위한 원룸의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데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진동·악취는 첨단 설계·기술로 해결

전문가들은 철도부지나 유수지(홍수방지용 빗물 저장 부지) 등에 들어서는 행복주택의 소음·진동·악취 등 주거여건 악화 문제는 관련 기술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7개 행복주택 시범지구 중 오류·가좌·고잔 등 3곳은 철도부지고 목동·잠실·송파 등 3곳은 유수지다.

장강석 유니슨테크놀러지 이사는 “현재 소음·진동 저감 공법은 주거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개발돼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행복주택은 가급적 선로부지 위에 건물을 짓기보다 이웃한 유휴부지에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이사는 이날 소음·진동 방지 대책으로 해외 사례 등을 소개했다. 지상 13층 규모의 역무시설 및 호텔 등이 설치된 일본 고쿠라역과 상업시설, 학교, 아파트 등이 들어선 지상 26층 규모의 홍콩 쿨롱베이를 소개했다. 쿨롱베이는 기지 건설 때 진동기초를 설치해 진동 피해가 없으며 저속운행으로 소음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선로와 선로구조물에 차음벽과 흡음판 등을 설치하면 소음·진동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는 “계획 단계부터 소음·진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설계·시공 단계에서 지속적 검증과 계측을 통해 대책을 수립하면 우려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형 동해종합기술공사 이사는 “유수지 내 악취는 정기 세척과 자연배기, 기계식 악취저감시설 설치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오히려 행복주택 건설 과정에서 펌프장을 증설하고, 저수용량을 늘리면 장기적으로는 유수지의 방재능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유수지가 기존에는 도시경관에 대한 고려 없이 치수기능을 우선해 조성해 이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고 악취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행복주택 건설 등 복합 문화시설 도입으로 치수 기능과 주민 친화적 공간으로 전환하면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친수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진/김보형 기자 ap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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