乙의 '직언' 바로 반영…유통업계 '큰바위 얼굴' 꿈꾼다

입력 2013-06-13 15:30  

Cover Story - 홈플러스

사회공헌 활동 협력사 직원 강사로 모셔…1박2일 비즈니스 매너교육
전통시장 상인과 상생협력 힘써…일부제품 안팔고 마케팅용품 지원



미국 남북전쟁 직후 태어난 어니스트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서 마을 앞 절벽에 있는 큰바위 얼굴을 닮은 훌륭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설을 듣는다. 어니스트는 큰바위 얼굴을 동경하며 성실한 자세로 남을 돕고 살아간다. 훗날 마을 사람들은 어니스트가 큰바위 얼굴과 닮았다는 점을 발견한다. 인간의 가치는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진실한 삶의 태도에 달렸다는 교훈을 담은 미국 소설 ‘큰바위 얼굴’의 줄거리다.

홈플러스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인 이승한 회장은 창립 10주년이던 2009년 “‘큰바위 얼굴’의 주인공처럼 함께 성장하고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겠다”며 ‘큰바위 얼굴 경영론’을 설파했다. 기업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 ‘고객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홈플러스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바이어 전원 매너 교육…갑을관계 개선

홈플러스는 지난 4월 상품부문 임원 및 팀장급 직원 전원을 소집해 1박2일간 ‘비즈니스 매너 교육’을 실시했다.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잘못된 ‘갑을 문화’에 대해 토론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한 중소 협력사 임원도 참석해 ‘협력회사가 원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상품부문 바이어 전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상반기 중 13차례에 걸쳐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는 이런 활동을 통해 바이어들이 협력사에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바이어가 협력사 임직원을 만날 때는 존칭만 사용하고 상담 하루 전 일정을 재확인해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며 협력사와 상담 중인 직원에게는 다른 업무를 지시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또 연 1회 ‘협력사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바이어들이 협력사 상담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했는지를 인사고과 등에 반영키로 했다.

홈플러스는 협력사 및 마트 내 임대 매장 운영업체를 위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도 홈페이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임직원이 부당한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홈플러스 공정거래사무국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7일 안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농어민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거래 조건도 개선했다. 홈플러스는 농어민과 거래할 때 수확기보다 3~6개월 앞서 계약구매를 하되 시세에 따라 일정한 범위 안에서 납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계약 당시 4㎏ 한 박스에 2만원이던 상추가 납품 시점에 10만원으로 뛴다면 홈플러스는 400%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런 경우 홈플러스는 납품가격을 박스당 5만~6만원으로 조정해 농민도 가격 상승에 따른 이득을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농산물 가격 급등은 작황 부진이 원인일 경우가 많아 사전 계약한 가격에 상품을 매입하면 농민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中企·농수축산물 수출 지원

홈플러스는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의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영국에 있는 테스코 12개 매장에서는 작년 10월부터 19개 국내 식품 기업의 49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테스코는 당초 한국인이 많이 사는 런던 뉴몰든점에서만 한국 식품을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홈플러스가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12개 매장에서 한국 식품을 팔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테스코 및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국내 농수축산물 수출을 지원하기 위한 3자 간 업무협약을 맺었다. 홈플러스는 엔저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된 국내 농·수·축산업이 세계 각지에 있는 테스코 매장을 통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테스코와 협력해 국내 식품업체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돕겠다”며 “K팝(한국 대중가요)에 이은 K푸드(한국 음식) 열풍이 일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상생 방안 마련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한다는 비판이 높아지면서 중소 상인과 공존하는 것도 큰 과제로 떠올랐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새 점포를 낼 때는 지역 전통시장 및 중소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합정점을 개점하면서 총각무, 오징어, 밤, 대추, 순대 등 15가지 품목을 팔지 않기로 상인 단체와 합의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홈플러스 인천 숭의점도 전통시장과 협의를 통해 상생 방안을 마련한 사례다. 홈플러스 숭의점은 지역 내 전통시장인 용현시장 근처에서는 전단지 배포를 자제하고 과다한 판촉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마케팅용 경품을 용현시장에 지원하고 명절 때는 전통시장 구매 고객을 위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사회공헌활동, 해외에서도 호평

홈플러스는 2004년 5월 사회공헌기업을 선언하고 나눔봉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했다. 2009년 10월에는 사회공헌활동 관련 조직을 홈플러스 e파란재단으로 확대 개편했다. 홈플러스는 창사 이래 지난해까지 3266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투자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172만점의 물품을 기부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그린스토어를 개설해 소나무 6235만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규모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얻었다. 각 점포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스쿨을 통해 559만명의 고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교육 및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했다.

홈플러스의 사회공헌활동은 해외에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 테스코는 홈플러스 사례를 사회공헌활동 전략 수립에 적극 반영하고 있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터키에 있는 테스코 현지법인은 홈플러스 평생교육스쿨과 비슷한 지역주민 대상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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