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현지생산으로 '막판 뒤집기'…30억弗 나이지리아 원유설비 현대重 제치고 수주

입력 2013-06-13 17:13   수정 2013-06-13 23:21

발주사, 작년 현대重 추천…삼성重, 현지제작 조건 제시
파트너 찾아 분쟁지역 방문…나이지리아 정부 마음 얻어 올 수주목표 4분의 1 달성




삼성중공업이 나이지리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30억달러짜리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수주가 유력했던 현대중공업을 막판에 제치면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중공업은 발주처인 프랑스 토탈로부터 나이지리아 연안에서 200㎞ 떨어진 에지나 해상유전의 원유 생산에 사용할 초대형 FPSO 건조계약을 따냈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FPSO는 길이 330m, 폭 61m, 높이 34m 규모로 저장용량이 230만배럴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설계와 구매에서부터 제작, 운송, 시운전 등을 총괄하는 턴키 방식으로 건조해 2017년 하반기 인도할 계획이다.

○수주 직전까지 간 현대중공업

매장량이 5억5000만배럴로 추정되는 에지나유전은 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45%, 토탈이 2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토탈은 입찰 자격심사를 2009년부터 시작했다. 수주전에는 미국 프랑스 중국 싱가포르 등의 조선사들이 참여했지만 초기부터 한국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

삼성중공업에 비해 해양플랜트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현대중공업은 모든 힘을 다해 수주에 매달렸다. 가격 등의 조건도 가장 좋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여건은 현대중공업에 우호적이었다. 발주를 맡은 토탈은 현대중공업에 이미 2기의 FPSO를 발주한 적이 있는 고객사였다. 또 현대중공업은 나이지라아에서 육상 플랜트 공사를 진행한 경험이 많았다.

예상대로 토탈은 지난해 상반기 입찰 신청을 받은 후 ‘현대중공업을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자’고 에지나유전 사업승인권을 가진 나이지리아 국영석유공사(NNPC)에 제안했다.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본계약만 맺으면 에지나 프로젝트는 현대중공업이 가져가는 상황이었다.

○삼성중공업의 막판 뒤집기

그러나 본계약이 계속 미뤄지더니 작년 말부터 분위기가 조금씩 변했다. NNPC, 나아가 나이지리아 정부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현지화 전략’이 마침내 나이지리아 정부를 움직이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삼성중공업은 진작부터 나이지리아 업체와 합작으로 현지에 생산 거점을 구축, FPSO 상부 구조의 상당 부분을 그곳에서 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현지 업체로부터 필요한 부품과 설비를 납품받기로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로서는 당연히 생산과 고용 효과가 높은 곳이 선정되기를 바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직원들이 제작 역량을 갖춘 현지 파트너를 찾기 위해 총성이 오가는 분쟁지역까지 직접 방문하자 정부 관료들이 감명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은 여기에 세계 드릴십 점유율 1위인 해양플랜트 경쟁력을 강조하며 적극적인 설득에 나섰다.

올초 삼성중공업을 사업자로 선정하겠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방침이 전해지자 토탈은 “기술 검증을 받은 최저가 입찰 업체인 현대중공업이 돼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최종적으로 삼성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 130억달러의 4분의 1가량을 단번에 채울 수 있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토탈은 사업파트너였던 현대중공업을 끝까지 밀었지만 사업 승인권을 가진 정부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미 결과가 나온 프로젝트기 때문에 수주 전략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다른 대형 프로젝트에서 만회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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