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주소는 기본…주택·車 구매부터 임신·암 병력까지…이 모든 개인정보가 단돈 500원에 팔린다

입력 2013-06-13 17:26   수정 2013-06-14 02:53

거래비용 갈수록 줄고 종류도 다양해져
데이터 분석해 가공 … 이용방법도 진화



미국 오클랜드의 칼라이 네이글은 첫째딸을 낳기 수개월 전부터 각종 광고 메일을 받았다. 분유회사와 유아용품회사의 제품 광고는 물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아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는 “친척이나 친구 중에도 임신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있는데 기업들이 내 임신 사실을 먼저 알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개인정보를 얻는 데 드는 비용이 갈수록 떨어지고,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는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객 정보를 축적해 두는 기업이 늘고 있는 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정보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단순히 나이와 주소 등에 그쳤던 개인정보는 주택 구입 여부, 자동차 구입 의사 여부까지 세분화돼 기업들에 판매되고 있다. 단순한 나이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는 0.0005달러짜리다. 암 정보 등 가장 비싼 것도 1인당 300원이면 살 수 있다.

리즈플리즈닷컴은 암이나 당뇨병,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의 목록을 1인당 295원에 제약사들에 팔고 있다. ALC데이터는 개개인의 병력을 보험회사들에 공급하고 있다. 미국 임신부 80%의 정보도 수집해 판매한다.

수집된 개인정보의 이용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광고 메일을 보내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분석해 가공하고, 고객들의 향후 움직임까지 예측한다. 빅데이터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엑시엄은 세계 7억명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7000여개 고객사에 제공한다. 마케팅 관련 정보는 물론 개개인의 신용 및 부패 혐의와 관련된 정보도 있다. 개인은 5달러를 주고 자신의 비리와 관련해 엑시엄이 어떻게 서술할 수 있는지 열람도 가능하다. 엑스페리아는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개인의 신용정보를 산출한다. 이 같은 정보는 은행 대출이나 보험 가입 등 금융활동은 물론 취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만큼 각국 정책 당국자와 시민단체들의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프 체스터 디지털데모크러시 팀장은 “개인정보 거래와 이용이 늘어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디지털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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