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양적 완화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우려로 국내 채권값이 예상치 않게 급락하자 투자 손실을 숨기거나 회피하기 위한 편법·위법성 거래가 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대형 금융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 채권 매매 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사를 검토 중이다.
1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 인수금융부 소속 차장급 채권 브로커(중개인)가 지난달 초부터 10년 만기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에 총 2700억원을 투자했다가 106억원의 매매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증권사는 지난달 말 재무관리부 결산 과정에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일부터 자체 감사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부서별 영업 손익 관리 시스템 미비 △헤징매매 규정 위반 △수익률 허위 보고 등 내부 통제가 허술했던 사실을 금융당국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감사를 마무리하면 정확한 손실 규모와 피해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는 그동안 곪아 있던 채권 거래 시스템이 금융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브로커는 “차장급 브로커가 보고 없이 수천억원대 채권을 매매할 수 있는 것은 파킹 매매와 물타기 매매 관행 때문”이라며 “지난달 초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하를 결정한 뒤 금리가 기대와 달리 움직이자 손실을 감추기 위한 편법과 위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킹 거래는 다시 되사줄 것을 약속하고 다른 기관에 채권을 매각하는 거래다. 기관투자가들은 원칙적으로 이런 파킹 거래를 금지한다. 물타기용 매매는 장부상 평가 손실을 낮추기 위해 파킹 매매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탁 계정에 채권을 파킹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객(신탁) 돈을 규정에 맞지 않게 운용했다면 중대한 법규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행들은 금리 인하 시기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금리 인상기나 변동성이 커질 때는 대형 금융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채권값이 하락해 손실이 날 수 있어서다. 증권가는 채권 브로커들이 대부분 1년 계약직으로 운영되고 있고 팀 단위로 이직이 잦아 회사 규정을 무시하고 채권 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식 거래량 감소로 수익원이 고갈되자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채권 브로커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 자체 감사 결과를 본 뒤 긴급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검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시스템상 문제가 있으면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채권 보유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21조8000억원이다. 2008년 말 60조원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수정/이태호/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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