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영유아 무상보육 예산, 정부지원 늘려야 하나

입력 2013-06-14 17:10   수정 2013-06-15 04:14


재원 부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대립으로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자치구 예산으로 편성된 가정 양육수당은 지난달 25일 모두 소진됐다. 시는 이달부터 보육료 예산을 전용해 각 자치구에 양육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보육료 예산도 9월께 바닥날 전망이어서 ‘보육대란’이 우려된다.

올해 보육료와 가정 양육수당을 합친 서울시의 무상보육 소요 예산은 1조656억원이다. 하지만 시가 편성한 예산은 6948억원이다. 국회와 정부는 당초 소득 하위 15% 가구에만 지원하던 양육수당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013년 0~5세 전면 무상보육 예산안을 지난해 말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무상보육 대상 확대 이전인 지난해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 부족분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영유아 보육료 국고 지원이 다른 시·도는 50%인 데 비해 서울시는 20%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추가지원 없이는 무상보육 예산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지역 25개 구청장들로 구성된 구청장협의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보육예산 지방분담금 부족분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구청장들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달부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정부는 “서울시가 무상보육 예산편성 의지가 없다”며 추가예산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가 편성해야 할 금액 대비 실제 편성한 보육료는 81.1%, 양육수당은 47.7%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육료 69.7%, 양육수당 14.3%로 지자체 평균에 못 미친다.

이번 맞짱토론에서는 무상보육 재원 분담과 관련, 박상원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와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책임연구위원이 각각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에 대한 찬성 주장과 논리를 편다.

강경민/이심기 기자 kkm1026@hankyung.com


찬성 - 정책 100% 결정하는 정부…재원 80% 서울시에 떠넘겨


정부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보육분야 복지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저출산은 노동인구 감소에 따른 국가경쟁력 약화와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보험 제도의 지속성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정부의 보육지원 확대 기조에 반대하는 시각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의 보육지원 확대정책을 보면 2008년 이전에는 차상위 계층에 대해서만 보육료를 지원했으나, 2009년 소득하위 50%, 2011년에는 소득하위 70%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0~2세 영아에 대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지원하는 무상보육제도를 도입했고, 올해 3월부터는 0~5세 영유아 전 계층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차상위 계층의 가정양육에 대해서만 지급했던 양육수당을 올해부터 전 계층에 지원하는 등 보육지원 정책은 점차 확대·강화되고 있다. 보육지원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예산이 확대된다는 의미로, 그 규모가 2008년에 비해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재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0 대 50으로 분담하도록 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80%를 분담해야 한다.

정부가 2008년부터 매년 국회에 제출한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영유아 보육예산은 2008년 2조2328억원에서 올해 7조949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급격히 예산이 증가하게 되자 지난해부터 보육예산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갈등이 빚어지면서 ‘보육대란’ ‘무상보육 중단’ 등 다소 과격한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국회서 부담비율 개정 추진…정부 요청으로 심의 보류

영유아 보육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재원을 분담하는 국고보조사업으로 운영된다. 원칙적으로 국고보조사업은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이나 지자체가 사업을 결정할 때 외부 효과가 큰 사업을 추진하도록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다. 따라서 국고보조사업은 외부 효과가 큰 사업에 대해 지원해야 하며, 사업수행 여부를 개인이나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영유아 보육사업과 관련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영유아 보육사업은 외부 효과가 발생하지 않으며, 사업의 수행 여부를 지자체가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보조금 관리법, 지방재정법 등에서는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이 무조건 재원을 분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방재정 부담을 유발하는 국고보조사업의 편성에 있어 사전에 지방과 협의하거나 의견을 듣지도 않는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국고보조사업 제도를 활용해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해 의무적 재정지출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보육지원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을 국고보조사업 제도를 통해 지방에 전가하고 있다.

최근의 갈등 양상을 살펴보면 중앙정부는 지방이 법령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법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항변한다. 흔히 법에 대해 최소한의 도덕, 상식, 합리성 등의 설명과 수식어가 붙는다고 본다면 지자체라는 자율성을 가진 당사자에게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원부담을 명령하는 것은 상식과 합리성이 결여됐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무상보육 재원을 80% 부담하나, 20%만 부담하는 중앙정부가 정책은 100% 결정하는 상황을 매우 불합리하게 여길 것이다.

실제로 국회는 현행 국고보조비율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작년부터 법령 개정을 시도해 왔다. 지방재정특별위원회는 작년 11월19일 결의문 채택을 통해 영유아보육사업 국비 부담 비율을 70% 대 30%(서울 40% 대 60%)로 20%포인트 높일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국비 부담 비율을 30%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였으므로 지방재정특위의 의견을 존중해 11월22일 국비 부담비율을 20%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또한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등은 여러 차례 영유아 보육사업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2012년 9월13일 개최된 ‘중앙부처 및 시·도지사 대표 간담회’에서도 정부 측은 ‘2013년 영유아보육비 지방비 부담은 2012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의 지자체는 2012년 수준으로 영유아보육 예산을 편성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국비 비율 인상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국회 법사위가 통과시키지 않아 2013년 예산에 국비 비율이 인상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약속을 믿은 지자체는 2012년 수준으로 예산을 편성했는데, 정부와 국회가 이를 예산에 반영하지 않아 현재 재원 부족으로 인한 정책집행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저출산 대책' 국가 주도해야…서울 40%-정부 60% 조정을

3월4일의 국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법사위원장은 영유아보육법 심의를 왜 하지 않느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기획재정부 관계자의 심의 보류 요청이 있었다고 대답했다. 즉 법사위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다뤄지지 못한 이유가 기재부의 요청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전통적으로 아이를 부모와 가족만이 기르는 것이 아니라 온 동네 사람이 함께 관심과 칭찬으로 길러온 것임을 고려할 때, 국가와 사회의 보육에 대한 책임은 선택적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국비 비율 20% 인상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통과를 지연시켜 보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보육은 외교·국방과 견줘도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사업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가 재원을 100% 부담하는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책임연구위원>


반대 - 재정여건 가장 좋은 서울시…자구책부터 먼저 마련해야

최근 불거진 중앙정부와 서울시 간 무상보육 재원 분담 논란은 단순히 서울시의 예산 과소 배정이나 예산 부족에 국한된 문제로 볼 수 없다. 오히려 논란의 핵심은 급격히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담할 것이냐다.

이론적으로 보면 재원 부담은 공공사업의 혜택 범위가 어디까지냐에 달렸다.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은 지방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무상보육은 전국 단위 사업으로 진행해야 하고 재원도 중앙정부가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가 일견 타당성 있게 들린다. 무상보육 같은 저출산 대책은 전체 국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무상보육 확대가 국회를 비롯한 중앙 정치의 산물이라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업 성격에 대한 교과서적 이해보다는 정부 재정의 현실을 이해하고 그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 정부 간 재정은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과 수도권 외 지역의 재정 여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만약 각 지역의 선택에 의해 지방정부의 공공사업 규모와 질이 정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재정자립도가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서울과 수도권은 높은 수준의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이 외 지역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지자체별 재정자립도 차이…국가 보조금 규모 달라

이런 차이를 국민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래서 중앙정부가 재원을 많이 마련하고 이를 각 지방에 나눠주는 ‘형평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국세와 같은 중앙정부 재원은 결국 각 지역에 거주하는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재원 이전은 사실 수도권처럼 국세를 많이 내는 지역이 국세를 조금 내는 지역을 보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고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사업을 보조하는 이유와 그 정도를 누출효과(spillover effect·한 지역의 사업이 다른 지역 사업에 추가 혜택을 주는 현상)로 보는 것은 교과서적인 해석일 뿐이다. 현실에선 형평성을 고려해 국고 보조 여부와 규모가 달라지는데 형평성은 결국 재정 여건을 의미한다. 즉 재정 여건이 좋지 못한 지역의 사업을 중앙이 지원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업별로 다른 기준의 보조율을 적용하고 여기에 추가로 지역별 차등 보조율을 두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무상보육 예산 부족 사태가 재정 여건이 가장 좋다고 인식되는 서울시에서 촉발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며 그 의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지방과 중앙이 어떻게 분담해야 하는가도 사업이 전국 단위냐 아니냐보다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원의 형평성 문제로 귀결된다. 즉 ‘어느 정부의 재정 여건이 좋으냐’ ‘누구의 노력이 더 요구되느냐’ ‘누가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가?’ 혹은 ‘앞으로 더 졸라맬 여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사실 국민 입장에선 중앙정부 사업이냐 지방정부 사업이냐는 별 관심거리가 아니다. 단지 어느 쪽 재정이 활용될 때 국민이 더 행복해지느냐에 주목할 뿐이다. 만약 중앙정부가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른 분야 사업을 축소하거나 세입 확대 등을 통해 추가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는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동안 지방정부가 보인 모습이 과연 좋은 평가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앙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경기 부양과 추가 재원 조달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심의, 언론과 시민단체의 통제, 감사기관의 감사 등 방만한 재정 운용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도 존재한다.

예산 부족 정부가 책임지면 지방재정 '방만한 운용' 우려

반면 지방정부가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재정을 효율화하고 자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화려한 지방청사 건축 문제, 지방공무원 비리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은 지방재정이 방만하게 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따라서 추가적인 보육예산 부담은 자체 재정의 조정과 효율화를 통해 달성하도록 먼저 노력해야 한다.

무상보육 재원 부족은 질서와 원칙의 문제와도 관련 있다. 비록 무상보육 확대가 중앙정치의 산물이라고는 하지만 지방정부도 국회 논의 때 자신들의 주장을 충분히 폈어야 한다. 어떤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든 혹은 누구의 주장을 받아들여 결정됐든 간에, 국가 정책과 국회에서 제정된 법에 보육 지원이 확대된 만큼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사업 확대에 지방정부가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혜자를 담보로 예산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 앞으로 유사한 일이 생길 때마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없이 예산 부족을 중앙에 요구하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육사업에 대한 국고 지원 비율을 상향 조정하도록 영육아보육법에 명시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 또한 매우 근시안적 해법이다. 국고 보조사업의 기준보조율과 차등보조율은 사업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통해 행정부가 결정한다. 보육사업만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 문제를 무상보육 자체를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거 결과와 여론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과도한 복지사업을 벌인 것이 근본 원인은 아닌지, 이 사업이 유지 가능하고 정말 필요한지 원론적으로 점검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박상원 <한국외국어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읽을 만한 자료

▷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책 ‘2012~201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지방재정분야’ 2012년 6월
▷ 복지재정 운용실태와 정책과제, 예산현안분석 제35호, 국회예산정책처, 2010년 9월
▷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지출의 영향분석과 구조개선 방안,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1년
▷보육정책의 논쟁과 추진과제, 육아정책연구소, 2013년
▷사회복지분야 국고보조율 재정립 방안, 지방행정연구원,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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