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구기관 등 경제지표 발표시간 전 사들여
초단타 주식매매로 거액 차익 … 정보비대칭 심각
미국 미시간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발표하는 소비자 신뢰지수는 뉴욕 증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 경제 지표 중 하나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시장의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지수를 공식 발표 2초 전에 미리 입수할 수 있다면?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겠지만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초 단위로 주식을 거래하는 전문 트레이더들에게는 수십, 수백만달러의 값어치가 있는 정보다.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민간 경제지표들을 돈을 주고 미리 입수한 후 이를 토대로 주식을 사고파는 일이 월가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노동부 고용지표 등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경제지표들과 달리 대학, 연구기관, 협회 등 민간단체들이 발표하는 지표는 발표 시점이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지수를 미리 사들이는 것은 불법도 아니다. 정보의 대가로 매달 수천달러를 쓸 수 있는 헤지펀드들이 일반 투자자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투자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지난 3월15일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시장 예상치(78)를 크게 밑도는 71.8로 조사됐다. 이 지수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기 전 2초 동안 트레이더들은 무려 1624개 종목에 대해 공매도(주식을 빌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지기법) 포지션을 취했다. 이 중 85% 종목의 주가가 이후 5분 동안 일제히 하락했다. 물론 트레이더들은 이 베팅을 통해 수십만달러의 차익을 거둬들였다.
톰슨로이터는 미시간대에 1년에 110만달러를 내고 이 지수를 사전에 배포할 수 있는 권리를 사들였다. 그리고 한 달에 약 6000달러를 내는 유료 고객들에게 2초 먼저 지수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톰슨로이터는 같은 방식으로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유료 고객들에게 5~10초 미리 알려주고 있다. 이 밖에 독일 증권거래소인 도이체뵈르제도 시카고 지역 경제활동 지표인 ‘시카고 비즈니스 바로미터’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파는 서비스를 내놨다. WSJ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에게 미리 경제지표를 알려주는 산업의 시장 규모가 올해 7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백악관 변호사 출신의 리처드 페인터는 WSJ에 “돈을 더 내는 사람에게 시장을 움직이는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미국 법률 시스템의 사각지대”라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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