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최종 선택은 늘 자녀 몫으로

입력 2013-06-16 15:05  

품 안의 자식 떠나 보내기 <3>


젖을 떼는 과정을 겪어야 새끼의 탈을 벗는다. 젖먹이 짐승들은 새끼가 젖을 먹으려 달려들면 더 이상 젖을 물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사람은 반대다. 목청이 터져라 우는 자식이 안쓰러워 금세 다시 젖을 물린다. 어찌 보면 젖먹이 짐승만큼 냉정한 모성애는 부족하다.

완전한 홀로서기를 향한 부모와 자식의 줄다리기는 20대를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키우는 과정은 자녀를 떠나 보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와 자식 간에 독립이라는 과제가 주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춘기 10대도, 완전한 성인도 아닌 상태로 부모 그늘 아래 머무는 자녀가 많다. 심리학자 제프리 옌슨 아네트는 자녀가 어른이 되기 전에 거치는 이러한 성장단계를 이머징 어덜트후드(Emerging Adulthood)라고 표현했다.

성인기로 넘어가지 못하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성인으로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가 조금씩 뒤로 밀려나서다. 1955~1963년생인 베이비부머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부모가 자녀의 학업이나 과외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영향도 있다. 물리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으로 24시간 연결돼 있는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성인기로 입문을 미루다 보면 자녀는 어느 순간 부모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일차적인 문제는 부모의 말만 따르는 자녀에게 있다. 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부모도 물론 책임이 있다. 그래서 부모는 자녀의 선택을 찬성하지 않지만, 반대도 할 수 없는 입장에 서야 한다. 최종 선택은 늘 자녀 몫으로 남겨 둬야 한다는 얘기다.

육아는 정원을 가꾸는 일과 같다. 부모는 씨앗을 심기만 할 뿐 언제 어떤 색의 꽃이 필지까지 결정할 수 없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이렇듯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거리 두기란 자녀와 무작정 멀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녀와 연결돼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분리라는 과제는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있다. 특히 부모가 먼저 자녀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야 진정한 분리가 이뤄진다.

이 세상 모든 부모는 때가 되면 품 안의 자식을 떠나 보내야 한다. ‘자식은 부모가 주최하는 파티에 잠시 놀러 온 손님’이라는 말도 있다.

자녀에게 쏟는 에너지를 조금만 줄이고 자녀와 멋진 독립을 준비해 보자.

박기출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2830 target=_blank>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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