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토론회 막아선 철도노조

입력 2013-06-16 16:52   수정 2013-06-16 23:53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철도노조가 ‘철도산업 개편 방안’을 반대한다면 당당하게 토론회에 나와 합리적인 근거로 국민을 설득해야 합니다. 정부 주최 토론회를 ‘허울뿐인 정치적 요식행위’라고 거부하면서도, 야당 토론회에는 참석하겠다는 건 정치적이라는 방증입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철도산업 발전방안 공개 토론회’가 무산된 뒤 패널로 참석했던 A교수는 이같이 지적했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 조합원 100여명은 이날 단상을 점거하고 1시간30분 동안 시위를 벌인 끝에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은 철도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철도공사 운영부채는 이미 14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적자는 연평균 5000억원을 웃돈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철도공사가 독점해온 시장을 경쟁구조로 바꾸려는 이유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막대한 혈세가 투입돼 국민들도 어떤 방식이든 철도공사가 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철도노조가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당당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언론이 지켜보는 토론회는 그래서 좋은 기회다. 철도노조 주장대로 정부 개편안이 민영화라면 ‘철도 요금이 크게 오르고, 대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논리를 펼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토론회 패널로 참석해달라는 정부 요청을 거부했다. 철도산업 개편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뒤 여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철도노조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오는 19일 국회에서 개최하는 토론회에서 ‘정부와 진검승부’를 벌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철도산업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 국회의 권위를 빌려와 정부를 몰아붙일 계획이다. ‘정치적 결정(정부안)’을 반대하기 위해 또 다른 정치세력의 힘을 빌리겠다는 셈이다.

막대한 부채로 국가 경제에 큰 짐을 지우고 있는 철도공사 경영진과 노조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기업 철도공사의 노조 행태에는 국민이 안중에도 없다. 국민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설득하지 못한 채 정치적 행보를 일삼는다면 국민들도 외면할 것”이라는 A교수 지적을 심각하게 곱씹어 봐야 할 시점이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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