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치면 삼성 마무리투수 오승환이다. 등판하자마자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져 댄다. 한번쯤 공을 빼볼 만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쳐볼 테면 쳐보라’며 시속 150㎞가 넘는 강속구를 꽂아 넣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끄는 금융감독당국 얘기다. 신 위원장부터가 그렇다.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직후인 3월 초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된다”며 이른바 ‘4대 천왕’을 직접 겨냥했다. 그후 “(거취를)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는 말로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항복을 받아냈다.
인사만이 아니다. 정책도 돌직구다. 국민행복기금, 성장사다리펀드, 하우스푸어 대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담보대출금리 차별 해소 등 국정철학에 맞춘 정책을 발 빠르게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창조경제’를 앞세운 박근혜 정부에서 유일하게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자만이 초래한 관치금융 논란
돌직구를 계속 던지는 것의 약점은 스피드가 떨어지는 데 있다. 잘못하면 큰 것 한 방을 맞을 수 있다. 신 위원장의 돌직구 행진은 KB금융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제동이 걸렸다. 그는 지난 1일 “임영록 사장이 KB지주 회장으로 사실상 결정됐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관료도 능력이나 전문성이 있으면 금융그룹 회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해 관치금융 논란을 자초했다. 물론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는 걸 철칙으로 삼고 있다”고 전제했지만, 이미 ‘임영록 유력설’이 금융당국에서 흘러나오던 시기여서 ‘오해’를 피하지는 못했다.
돌직구는 결국 이장호 BS금융 회장 사퇴압박으로 통타당했다. 그의 관할 하에 있는 조영제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대놓고 이 회장에게 물러나라고 요구하면서 파장은 커졌다. 농협금융, 수협은행, 국제금융센터, 여신협회 등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모피아(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차지한 이후라 더욱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의 중용을 억제하는 틈을 타 ‘모피아’가 모든 자리를 싹쓸이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했다.
뿐만 아니다. ‘창조경제’에 매달리다 보니 STX그룹과 쌍용건설 등 기업구조조정에서는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그저 ‘살리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다 보니 채권단과 기업은 3개월 동안 우왕좌왕해야 했다.
돌직구 포기는 작전상 후퇴?
금융당국은 신 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17일 국회 출석을 앞두고 슬그머니 돌직구를 포기하는 모습이다. BS금융과 한국거래소, 손해보험협회까지 관료 출신을 내려 보내지 않겠다고 흘리고 있다. 광주은행장마저 내부 출신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모피아’ 출신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신용보증기금은 이사장 선출 절차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좋은 관치도 있을 수 있고, 나쁜 관치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모피아’ 출신인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의 농협금융 회장 선출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하지만 ‘좋은 관치’라는 말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다. 금융시스템과 시장을 무리없이 돌아가게끔, 부당한 거래나 돌출적인 요소를 과감히 없애는 게 ‘좋은 관치’다. 멀쩡한 CEO를 물러나라고 윽박지르거나, 자기들과 가까운 사람을 능력 있다는 이유만으로 여기저기 심는 건 좋은 관치가 아니다. ‘나쁜 관치’다. 17일 신 위원장 등의 국회 출석이 끝나면 금융당국이 다시 돌직구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에 하는 말이다.
하영춘 금융부장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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