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뚫고 피어난 '빨간 희망'…박성민 씨 노화랑서 개인전

입력 2013-06-16 16:59   수정 2013-06-17 05:11

“얼음은 보는 사람을 시원하게 하면서 살아있는 느낌을 주죠. 얼음을 뚫고 피어난 식물, 꽃, 열매를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불굴의 의지를 불어넣어 주고 싶습니다.”

오는 19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극사실주의 화가 박성민 씨(46). 그는 “얼음 속에 갇힌 생명을 붓끝으로 되살려 우리의 소중한 추억의 메모리칩을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얼음 속에 피어난 꽃이나 식물을 사진보다 정교하게 그리는 작가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제23회 ‘대한민국미술대전’(2004년)에서 비구상 부문 대상을 받았다. 2002년 5월부터 그려온 ‘아이스캡슐’ 시리즈(사진)가 전시 때마다 ‘불티’ 나게 팔려나가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왜 얼음이라는 소재를 모티브로 삼았을까. 박씨는 “얼음이야말로 물질의 원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상”이라며 “고체로서의 얼음은 물질 또는 존재에 대한 고정된 기억을 환기하고, 얼음 주위를 흐르는 물은 곧 날아가 사라져버리는 기억의 속성에 대한 암시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 작품에 등장하는 얼음은 고난과 역경을 상징하고 그 속에 피어난 생명체는 이를 딛고 일어서는 희망을 의미합니다. 액체 기체 고체의 형질을 모두 지닌 소재가 얼음이란 점도 중요하게 생각했죠.”

작가는 한 번 붓을 잡으면 10시간 이상 작업한다. “극사실주의 화풍인 데다 붓으로만 작업을 하기 때문에 중간에 멈추면 거친 흔적이 남게 돼 중단할 수가 없거든요.” 극사실적인 그림의 특성상 중간에 쉬었다 하면 물감이 굳어져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희망의 노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엔 생명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현상화한 50~100호 대작 ‘아이스캡슐’ 시리즈 20여점이 걸린다. (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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