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들이 최근 무산된 남북 당국회담을 앞두고 개성공단 가동 재개와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제기하며 들떠 있을 때 미국과 중국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지금까지 미·중 양국이 공동으로 이처럼 강력한 대북 메시지를 낸 적은 없었다.
한·미 관계도 여전히 굳건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첫 방미 외교를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 의회 지지를 동시에 이끌어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곧 중국으로 건너가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북한의 심기가 편치 않은 듯하다. 미국에 직접 대화를 돌연 제의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없다. “북한이 잃는 것이 더 많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고 본다. 물론 그렇다고 국제 정세만 믿고 ‘Do Nothing’(아무것도 안하는 것) 정책을 채택할 순 없다.
이제 한국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서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로 옮겨갈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통일만이 굶어 죽어가는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을 구할 수 있다. 점점 심해져 가는 인권 유린을 저지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적은 비용으로 이룰 수 있다.
중국의 고민은 같은 공산권 국가인 북한이 사라지면 그 여파가 미얀마 베트남 등으로 번져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는 이 같은 주변국의 고민을 풀어주는 데서 출발한다. 한반도 통일이 주변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공동 번영을 이끌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한국경제신문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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