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17일부터 서울 모처에 다른 사무실을 마련, 경영구상을 가다듬기로 했다. 신임 회장에 대한 노조의 ‘길들이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에서다. 노조와 섣불리 ‘정치적 타협’에 나섰다가는 소모적인 논쟁만 벌일 뿐, 최근 저금리 기조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KB지주 계열과 국민은행 등 내부 조직을 제대로 추스를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과거와 달리 명분 약해
임 내정자는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노조에 끌려 다닐 수는 없다”며 “17일부터 아예 다른 곳에 사무실을 구해 KB지주의 경영 전략을 짤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지난 5일 회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에 선임된 이후 국민은행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으로 출근 때마다 KB지주 명동 본점 1층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임 내정자가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키로 한 것은 국민은행 노조의 ‘회장 길들이기’ 관행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생각에서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주 회장이 바뀔 때마다 습관적으로 출근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2008년 7월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은 45일간, 2010년 7월 어윤대 현 KB지주 회장은 30일간 각각 국민은행 노조의 농성으로 인해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했다.
금융계에서는 노조의 명분이 과거와는 달리 약하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관료 출신이 회장이 된 것은 관치금융이니 임 내정자가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임 내정자는 KB지주 사장으로 3년 동안 일했다. 딱 부러지게 관료 출신으로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회추위에서도 1차 투표에서 위원 9명의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 각각 5 대 4로 회장으로 뽑혔던 황영기·어윤대 회장과는 다르다. 노조는 사외이사들이 정부의 압력으로 임 내정자를 지지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외이사 대부분은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임 내정자는 “아직 주주총회 전인 만큼 노조와 대화할 수 있는 대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인사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임 내정자는 17일 이후 KB지주의 차기 경영전략 짜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KB지주의 강점인 소매금융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은행의 근간은 리테일(소매) 금융”이라며 “STX그룹과 성동조선 등 기업 부실채권들도 다른 은행보다 앞서 털어냈기 때문에 소매금융 강화를 통한 체질개선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1인당 생산성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KB지주는 몸집은 크지만 경영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 직전의 공룡과 비슷한 처지”라며 “생산성 효율화를 위해선 노조와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농성만 하고 있으니 갑갑할 따름”이라고 하소연했다.
계열사 대표 및 임원 기용과 관련해선 무조건 능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임 내정자는 “최근 자꾸 외부 (연줄을) 통해서 실력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이야기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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