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로 빨래를 말려 한 번 건조할 때마다 기존 제품에 비해 52의 물을 아낀다(버블샷3 세탁기). 냉장고를 배송할 때 종이박스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써 연간 4만그루가 넘는 나무를 살린다. 첨단 미세공정으로 만든 반도체(20나노급 DDR)로 소비전력량을 확 낮춘다.
삼성전자의 혁신코드의 하나는 ‘그린(녹색)’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기존 건조 겸용 세탁기는 건조할 때 세탁통 내부의 뜨겁고 습한 공기를 외부로 뽑아내기 위해 찬물로 세탁통을 식혔다. 온도차를 만들어 내부 습기를 빼내는 방식이어서 물 낭비가 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건조를 위해 분당 0.3의 물을 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고민했다. 물 없이 건조를 할 수 없을까. 최근 출시한 버블샷3(W9000) 세탁기는 특허받은 ‘에어 스피드 드라이’ 기능을 갖췄다. 고온의 습한 공기에 저온 저습 공기를 섞어 습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외부 공기 흡입구를 둬 건조한 공기가 빨래의 습기를 빨리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 건조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지펠 냉장고는 지난해 11월부터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 포장재 대신 친환경 포장재를 쓴다. 무독성 발포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 수십회 재사용할 수 있다. 연간 포장용 종이로 쓰기 위해 잘라 온 4만6000그루의 나무를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이상화탄소 방출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3000을 줄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친환경 포장재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있다. 이 포장재는 세계 포장기구(WPO)에서 주최하는 ‘월드스타 어워즈’를 석권했다.
20나노급 첨단 메모리는 기존 40나노급 반도체에 비해 성능은 6배 빠르지만, 전력소비량은 훨씬 적다. 20나노급 메모리로 만든 스테이츠솔리드드라이브(SSD)를 전세계 서버와 스토리지, 노트북에 100% 넣을 경우 연간 40TWh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4기(발전용량 1GWh 기준)를 돌린 것과 맞먹는다.
삼성전자는 1995년부터 친환경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구축, 운영해왔다. 2004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CS환경센터 환경전략팀을 신설했고, 2008년 에코디자인시스템(EDS)을 만들어 제품 개발 때 자체적으로 친환경성을 평가한다. 또 작년 말 기준으로 2926개 모델이 글로벌 환경마크를 취득했다. 이는 6년 연속 전세계 전자기업 중 가장 많은 기록이다.
삼성SDI는 친환경 경영을 위해 2005년 세계 최초로 환경 통합 정보 시스템인 SMIS를 개발했다. △녹색구매 △환경경영관리 △온실가스관리 △환경회계 등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을 통해 유해화학물질 사용과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고 있다.
2005년 4만8000의 유해화학물질 24종을 썼던 삼성SDI는 2011년 사용량을 2만6000으로 감소시켰다. 또 2011년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6만5000의 폐기물을 배출해 2005년(12만5000)에 비해 51% 감축했다. 2011년 폐기물 재활용률은 전년 대비 91.8%에서 93.8%로 높아졌다. 삼성SDI는 2015년까지 폐기물 재활용률 95%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에너지 절약에 지난 3년간 203억원을 투자해 857억원의 절감효과를 거뒀다. 2008년 에너지 전담조직을 구성, 일일에너지 사용 목표를 관리하고 있다. 올해는 고효율기기에 에너지 절감 방안을 적용하는 등 약 1000여건의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협력사들의 녹색경영도 돕고 있다. 에너지 절약 등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어려운 협력사들을 위해 올해 39개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제품 탄소배출량 산정, 공정·설비의 에너지진단 시행, 저탄소 에너지경영 관리체계 구축 등을 실시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삼성 계열사 중 처음으로 올해 2013년 탄소경영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에너지절약 촉진대회에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삼성전기는 2015년까지 온실가스를 기존대비 30%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녹색경영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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