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대표 "1997년 외환위기는 'IMF사태' 아닌 '한국사태'"

입력 2013-06-17 17:08   수정 2013-06-18 17:48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 'IMF 바로알고 활용하기'출간

"IMF에 대한 부정적 시각 버리고 활용 나서야"

IMF 교육생·이코노미스트 거쳐 한국인 최초 IMF상임이사 지내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축… IMF내 인력 늘려야 국익에 도움"



“1997년 말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던 외환위기는 ‘한국 사태’지 ‘IMF 사태’가 아닙니다. 멕시코 브라질 그리스 등 구제금융을 받은 어떤 나라에서도 ‘IMF 사태’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다분히 IMF에 대한 적개심이 담긴 말이죠. 이젠 과거를 잊고 국익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58·사진)는 자타가 공인하는 IMF 전문가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IMF 교육생(1986), 사무국 정식직원(Economist·1995~1997), 상임이사(2008~2010) 등 IMF 조직 밑바닥부터 최고위직까지 모두 경험했다. 행정고시 22회로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외환위기 당시 비상대책위원회 전문위원과 뉴욕 재경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

최근 ‘IMF 바로알고 활용하기’(비매품) 책을 낸 이 대표를 서울 여의도 한국기업데이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책을 펴낸 이유를 물었다. “30년 넘게 공직 생활을 하면서 남다른 실무경험을 많이 했어요. 혼자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IMF를 경원시하는 한국 정부와 언론, 국민들의 시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습니다.”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IMF 앞잡이 또는 미국 앞잡이냐 하는 비난도 일부 있을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책 제목처럼 ‘IMF를 바로 알고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금융정보가 취합되고 2500여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석학들이 연간 1조달러의 재원을 운용하는 거대한 조직이 바로 IMF입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한 축이죠. 이런 IMF를 그저 15년 전에 한국을 힘들게 했던 ‘갑’으로만 인식해 적대시해선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는 구제금융 등 핵심 이슈와 관련, 전 직원 회람을 통해 내부방침을 정하는 IMF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면서 “1997년 당시 IMF 안에 한국인 국장 정도만 있었어도 구제금융에 따른 국민의 고통이 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 대표는 IMF 이코노미스트 근무를 마치고 1997년 10월 귀국한 뒤, 한국 구제금융 대가로 고금리 정책을 권고하는 건 부당하다는 의견을 수차례 IMF에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도 풀어놨다. “무엇보다 상임이사국이 돼야 합니다. 현재 1.9%인 한국의 쿼터(지분)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고요. 지금 IMF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이 20여명인데, 이는 쿼터의 절반 수준입니다. 상임이사국이 되면 자동적으로 한국인 직원 수도 늘어날 겁니다.” 187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IMF의 상임이사 자리는 24개. 현재 한국은 호주와 번갈아가며 2년씩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조언도 했다. “IMF는 해외 출장이 잦은 업무 특성상 일이 힘든 편입니다. 그러나 직원 복지나 처우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글로벌 무대를 호령하는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청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곳임엔 분명합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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