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이오·헬스 新산업, 미국은 되고 한국은 안된다?

입력 2013-06-17 17:24   수정 2013-06-18 00:13

삼성이 노화 연구 등 웰에이징(잘 늙는 법)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이 지난 1월 웰에이징연구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관련 연구인력 충원에 나선 것이다. 삼성이 노화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이유는 충분하다. 세계적 고령화 추세로 인해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이 그야말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모든 미래예측 전문기관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첫째 유망산업이 바로 바이오·헬스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미래산업을 바꿀 7대 혁신기술’에 유전자 치료제를 포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3000억달러(약 32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 그 성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 어디까지 뻗어갈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기업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건 당연하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헬스를 신수종사업으로 선택해 연매출 1조8000억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LG SK 한화 등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GE, 존슨앤드존슨, 지멘스, 필립스 등 기존 글로벌 강자들이 수성에 나선 데다 파나소닉, 소니, 포드 등 신규 진입업체도 계속 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선진국에선 이 산업을 기업에만 맡겨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전략적으로 배정하는 추세다. 실제 바이오·헬스 R&D 비중(2012년 기준)은 미국 23%, 유럽연합(EU) 19%, 영국 18.2%다. 게다가 병원 임상의학자, 이·공학, 기초과학자, 산업계 간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에도 열심이다. 일본 아베 정부도 헬스케어에 베팅하겠다면서 규제개혁에 돌입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갈 길이 멀다. 당장 이 분야에 대한 정부 R&D 비중만 해도 10%에 겨우 턱걸이하는 정도다.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다. 무엇보다 규제가 너무 많다. 연구병원 하자면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한사코 반대다. U헬스 등 새로운 의료기기나 서비스가 개발돼도 의료법에 막혀 좌절되기 일쑤다. 툭하면 의료보험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의 극한 대립만 난무한다. 선진국은 바쁜데 우리 정부는 한가롭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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