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사진 실수로 상사에 '태그'…"두 사람 아침 먹는 사이?" 주변서 수군
마우스 한번 잘못 눌려…
옛 남친 여친에게 '친구' 신청…"끈적하게 왜이래" 한방 먹어
이벤트 체리피커에 당했다
당첨자계정 만들어 선물 꿀꺽…"주민번호 받을 수도 없고…"
입사 2년차 햇병아리 여사원 김하늘 씨는 요즘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사무실에서건, 집에서건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는 일도 잦다. 하늘 같은 직장 상사인 박 상무와의 관계가 어색해졌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사에서 마주쳐도 인사도 안 받으신다.
직장생활 2년도 안된 ‘아랫것’이 사무실 임원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일이 있냐고? 김씨는 “없다면 좋겠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게 다 페이스북 때문이다.
사실 그의 입사는 전적으로 상무님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 중심의 업계 특성상 이 회사는 여사원을 안 뽑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술자리 면접에서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술 실력’을 발휘하면서 남녀 차이에 대한 사회 통념을 깡그리 뒤집었다. 대학 때부터 갈고 닦은 ‘소주폭탄’ 실력이 웬만큼 마신다는 남성 직장인 못지 않았던 그에게 면접관들이 반해버린 것.
싹싹한데다 일도 잘하는 그는 이내 팀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고, 자신을 뽑자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상무님과의 회식에서는 더 열심히 마셨다. 박 상무의 얼굴에는 ‘아빠 미소’가 가시질 않았다. 그런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일이 이상하게 꼬이면서 상무님의 미소도 사라져 버렸다.
김씨는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 사진을 비롯한 자신의 사생활 대부분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편이다. 하지만 그는 회사에서 상사들이 “남자 친구 없냐”고 물어볼 때마다 “남자 친구요? 그게 뭐예요? 외로워 죽겠어요”라는 대답으로 딱 잡아떼왔던 것. 고민 끝에 아주 일부의 게시물만 볼 수 있는 친구 등급으로 박 상무의 친구 신청을 받았지만 찜찜함이 계속됐고 ‘고뇌’ 끝에 내린 그의 선택은 ‘차단’이었다. 페북 전문가인 친구에게 차단해도 상대방에게는 통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몇 번씩 확인하고 나서다.
하지만 1주일 뒤 김씨는 ‘적(敵)은 내부에 있다’는 말을 실감해야 했다. 만취한 남자 동기가 회식 자리에서 모든 걸 불어버린 것이다. 혀꼬인 말투로 “상무님, 하늘이 남자 친구 못보셨어요? 페북 친구 아니신가? 페북에 맨날 사진이 올라오는데 상무님만 못보셨다니…. @#@&@$&%$*#.”
◆상사와 아침 식사?
이제는 적응이 될 법도 하건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둘러싼 사연은 끊이질 않는다.
입사 6년차 이 대리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요즘 유행하는 록 페스티벌 티켓을 구했다. 그동안 이런 야외 음악축제뿐 아니라 그 흔한 콘서트 한 번 못 가본 탓에 주변으로부터 ‘칙칙한 아저씨’라는 놀림을 받았던 이 대리. 잔뜩 기대하고 있다가 문득 발끝에 스치는 걸림돌을 발견했다.
축제 시작 날인 금요일에 야간 당직인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 대학 후배들과 놀러간다고 잔뜩 기대하고 있던 터라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꿔야 한다.” 비장한 각오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가 아프셔서 고향에 내려간다고 사정사정한 끝에 아무도 안 서려고 하는 금요일 밤 당직을 떼어낼 수 있었다.
문제는 록 페스티벌이라는 신세계 별천지를 경험한 이 대리가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렸다는 것.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놀던 그의 머릿속엔 ‘난 아저씨가 아니야’라는 억울함이 스쳤고, 록 페스티벌 사진을 페북에 올려 자랑하고 싶어졌다. 의기양양하게 댓글 알림을 기대하던 그는 첫 번째 댓글을 보고 심장이 멈추는 듯한 싸늘한 기분을 느꼈다. “여기 가려고 당직 바꿔달라고 한 거였냐?”
남녀 간의 스캔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은행에 다니는 30대 초반 여성인 박 계장은 휴일을 맞아 지인들과 요리 파티를 열었다. 각자 한 가지씩 요리를 하고 이를 안주 삼아 낮술 한 잔한 그는 알딸딸한 기분에 음식 사진을 올리고 친구 한 명을 ‘태그’한 그는 다음날 출근해 곤욕을 치러야 했다.
친구 ‘김XX’를 태그해야 하는데 실수로 동명의 회사 과장님을 태그한 것이다. 게다가 그가 올린 음식은 전형적인 아침 식사인 베이컨 구이와 달걀 스크램블. 박 계장이 남자 상사인 최 과장과 함께 아침을 먹은 것으로 오해하기 딱 좋았다. 친한 동료의 카톡을 받고 황급히 사진을 지우긴 했지만 그는 왠지 아직도 사람들이 자신을 힐끔거리는 것만 같다.
남자 선배와 1년 동안 사내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정 대리는 이별 후에도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으로 쿨하게 페이스북 친구를 먼저 끊었다. 하지만 주도권은커녕 ‘옛 남친’의 프로필은 마치 헤어지길 기다렸다는 듯 며칠 만에 ‘연애 중’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잔인하게 새 여자 친구와 찍은 사진까지 전체 공개로 올려두기까지.
‘옛 남친의 새 여친’의 페이스북에서 허우적대던 정 대리는 분노와 배신감에 마우스를 쥔 손을 통제하지 못했고 실수로 그 여자 친구에게 ‘친구 신청’을 하고 말았다. 바로 취소를 눌렀지만 이미 메시지는 출발한 상태. 정 대리는 다음날 “끈적끈적하게 왜 이러냐”는 선배의 카톡을 받고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회사 공동관리 SNS 계정의 부작용
회사 공식 계정에 얽힌 ‘사건 사고’도 많다. 한 출판사는 트위터 계정을 당직 사원들이 돌아가면서 관리한다. 당직을 서는 사람이 매일 책에 있는 좋은 문장을 소개하고 그에 얽힌 사연과 아름다운 해석을 덧붙이는 홍보용 계정이다.
항상 매끄러운 문장을 트윗해오던 이 계정에 ‘작은’ 사고가 발생한 건 트위터 접속이 불량하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좋은 문장을 담은 트윗이 계속 안 올라가자 그날 당직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단 한 글자를 올렸다. ‘즐’.
하필 그때까지 올라가지 않던 트윗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올라갔고 1분 만에 ‘?미?’ ‘웬 즐?’ ‘월요일 아침부터 즐 시전 ㅋ’ 등 ‘멘션(댓글)’이 수십 개가 달렸다. 출판사는 이미지를 구길 수밖에 없었다.
한 화장품 회사는 ‘체리피커’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품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을 많이 활용하는 이 회사는 이벤트를 열고 당첨자들에게 신제품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 공지를 통해 당첨자를 발표하는데, 문제는 당첨자 이름의 계정을 만들어서 사칭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는 것. 상품을 보내고 난 후에야 진짜 당첨자가 나타나 신제품을 다시 보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 회사의 계정 담당자는 “이건 얄미운 정도가 아니라 신종 사기범 수준”이라며 “그렇다고 주민등록번호를 받자니 개인 정보 보호에서 걸리고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박한신/전예진/전설리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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