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전기술 "개인 주장일 뿐…" 속으론 곤혹
金 감사, MB때 靑 행정관 신·구 정부 갈등론도
공기업 임원으로는 이례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반기를 든 김장수 한국전력기술 상임감사의 반발은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전 비리에 이은 여름철 전력난으로 국민들의 정서도 민감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단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정부 책임론으로 옮겨붙지 않을까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왜 꼬리 자르기 하나?”
한전기술은 지난달 28일 신고리 원전 1~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설치된 것으로 드러난 불량 케이블의 위조 시험성적서를 감수한 기관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품업체 JS전선이 제작한 케이블이 안전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는데도 시험인증기관 새한티이피가 정상인 것으로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됐다. 이 과정에서 한전기술은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을 잡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전기술이 위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자를 수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7일 한전기술 한수원 한전KPS 등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의 재취업 금지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원전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한전기술의 1급 간부 69명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14일 한수원 등과 마찬가지로 일괄 사표를 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구조적인 문제를 잡아내지 못한 정부가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감사의 주장도 원전 비리의 근본 원인이 정부 정책의 실패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업계 비리는 몇몇 개인의 우발적인 사욕 추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다”라며 “원전의 안전성보다는 경제적 효율성 추구, 감독 및 승인기관의 견제와 균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만든 단일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론으로 비화하나
사실 정부도 원전 비리 사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원전을 운영·관리하는 한수원이나 부품을 감수·감리하는 한전기술에 대한 감독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이번 비리를 전면 조사한다고 발표했을 때도 정부 내부에선 책임론이 제기됐다. 다만 그 책임론은 전임 정부를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정부 때도 원전 관련 각종 비리가 적발됐지만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영광 5, 6호기의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등 비리 사례를 대거 적발했지만 검찰 수사를 포함한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비리의 싹’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김 감사의 반발을 신·구 정권의 감정적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여론조사팀장을 맡은 데 이어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산업부는 이날 파문이 불거지자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 제기일 뿐” 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전기술도 이날 “1직급 이상의 사표 제출은 원전 공기업 4사(한수원,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의 자발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산업부와는 관련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감사원도 김 감사의 감사 청구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단 “개인은 감사청구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법령상 감사는 감사대상기관의 장이나 지방의회의 요청 등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 단위에선 만 19세 이상 300명 이상의 국민들이 요청해야 이뤄지도록 돼 있다. 다만 명문화된 요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감사원 자체 판단에 따라 감사를 실시할 수는 있다.
김홍열/조미현 기자 comeon@hankyung.com
■ 한국전력기술
원자력을 비롯해 발전소 설계와 감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엔지니어링 업체.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1975년 설립돼 2009년 1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최대주주는 한전(74.86%)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222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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