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경찰서는 가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대부업체를 돌며 101억원을 대출을 받아 달아난 혐의(사기) 등으로 곽모씨(55·여) 등 10명을 구속하고 신모씨(51)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발표했다.
곽씨 등은 2011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동산 실소유주의 주민등록증과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K금융 등 24개 대부업체에서 90여차례에 걸쳐 건당 6000만~1억5000만원의 대출금을 받아 챙겨 총 101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사기단에 당한 대부업자 한모씨는 20차례에 걸쳐 총 23억원의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사기행각은 부동산 실소유주·공인중개사·동 주민센타·대부업체를 모두 감쪽같이 속일만큼 주도면밀했다. 이들은 우선 대출사기에 이용할 아파트를 선정하고 월세 계약을 맺은 뒤 집주인의 인적사항을 확보, 300만~500만원을 주고 집주인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했다. 이어 조직원끼리 집주인과 세입자로 역할을 분담하고 집근처 공인중개사로 찾아가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며 가짜 전세계약서를 체결하는 수법을 썼다.
이들은 가짜 전세계약서를 들고 등기소·동 주민센터로 찾아가 확정 일자를 받거나 전세보증금에 대한 채권양도 공증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확정일자까지 찍힌 전세계약서를 본 대부업체들은 이들의 사기 대출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대부업체의 현장 방문을 대비해 월세 계약을 맺은 집에서 2달 가량 실제 거주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 알게된 사이로 곽씨가 계주로 있는 계모임(동대문파)의 일원이다. 피해 대부업체 대표 전모씨는 “임대차계약서와 등기부등본에 나온 소유주 주민등록증이 일치한데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채권양도 공증까지 받아와 의심할 수가 없었다”면서 “대부업만 9년을 하는 동안 이런일은 처음”이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전세계약서를 허위 작성해도 확정일자 발급시 이를 검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을 만들어 아파트의 실소유주를 검증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유사 범죄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달아난 주민등록증 위조책 김모씨(66·여) 등 11명의 조직원을 추적하는 한편 추가 피해가 지속적으로 접수됨에 따라 이들 사기단의 여죄를 밝히는 데 수사를 집중할 예정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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