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강한 수출中企] 가람전자, 전자제품 맥박 '수정진동자'의 원료 인공수정 50개국 수출

입력 2013-06-19 15:30  

1990년 일본 독점구조 깨…세계 시장 점유율 10%…매출 80% 해외서 올려
반도체 부품 석영유리 가공…태양광 등 각종 장비 생산




수정진동자는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전자산업에 없어서는 안되는 소재다. 작은 석영덩어리로 특정 전류가 흐르면 일정한 속도로 진동하면서 주파수를 만들어낸다. 주파수를 쓰는 휴대폰과 TV 등 전자제품뿐 아니라 시계, 전자저울, 디지털카메라, 자동차 등 우리 생활 주변기기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수정진동자는 전자제품에서 사람의 맥박과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이 맥박을 통해 온몸에 영양분과 수분 미네랄 등을 공급하듯이 수정진동자는 주파수를 통해 전자장비를 돌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가람전자(대표 배수천)는 이런 수정진동자의 원료인 인공수정(크리스털·quartz bar)을 20년 넘게 수입, 판매해 온 전문 기업이다. 인공수정을 만드는 장비도 직접 제작 판매하기도 한다.

인공수정은 전 세계 공급물량의 10%를 가람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현재 20여개국 50여개 회사에 제품을 수출한다. 지난해 89억원의 매출 중 80%를 해외 수출로 올렸다. 비중은 일본이 80%, 러시아과 유럽이 15%, 대만과 중국이 약 5% 정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교세라와 NDK가 가장 큰 고객이다.

배수천 대표는 “최근에는 이동통신 기기의 확산과 전자 제품의 디지털화 등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고부가가치형 수정진동자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인공수정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공수정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시장의 80%를 차지하며 양분하고 있었다. 한국의 수정진동자 업체들은 일본의 인공수정을 비싼 값에 사서 써야 하는 형편이었다. 일본의 한 상사가 수정진동자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독점적으로 공급했다. 배 대표는 1990년 가람전자를 설립해 이런 독점구조를 깨고 국내 수정진동자 업체들에 싼 값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가람전자는 인공수정 수입판매 외에 자동화 기기와 인공수정 가공사업 등에도 진출했다. 가람전자는 현재 두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에는 용인공장, 중국에는 옌타이공장이 있다.

용인공장은 지난해 3월 8000㎡ 건평 규모로 지어졌다. 이곳에서는 수정진동자 생산에 사용되는 각종 자동화기계와 연구용 기계 등 약 200여가지 장비가 생산된다. 대부분 일본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그 중에는 플라즈마 이온을 이용해 미세주파수를 조정하는 장비인 ‘이온건 시스템’도 있다.

가람전자는 반도체산업의 핵심 소재 부품인 ‘석영유리(Fused Quartz)’를 가공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석영유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요구되는 고순도와 뛰어난 고온특성 및 내식각성을 모두 갖고 있다. 가람전자는 이를 가공해 반도체 공정이나 태양광 산업에 사용되는 각종 부품과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

배 대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위상이 세계 1위인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점진적으로 석영유리 가공품에 대한 수요가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가람전자는 2001년 중국 옌타이시에 100% 투자기업인 중국 옌타이가람전자유한공사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여기서는 인공수정을 잘라 수정진동자에 들어가는 칩과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블루글라스’(blue glass) 등을 생산한다.

가람전자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2001년 급식 전문업체인 가람푸드서비스를 설립했다. 560여명의 직원이 36개 학교 및 회사의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배 대표는 “고객 만족도나 위생 관리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중소기업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수천 사장 "휴대폰 카메라용 '블루 글라스' 최고 경쟁력 자부"

배수천 가람전자 사장(58)은 어려서부터 유달리 수학을 좋아했다. 수학선생님이 되기를 꿈꿨으나 우연찮은 기회에 사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5년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배 사장은 1980년대 초 미국계 무역회사에서 일했다. 당시 미국인들의 통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배 대표가 회사를 그만둔 것을 알고 미국인들이 그에게 연락해 와 한국 대리점을 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수정진동자의 핵심부품인 인공수정을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가람무역이란 이름으로 친형과 함께 사업을 하다 1990년 가람전자로 독립했다. 이때부터 수정진동자와 관련된 기계들도 수입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급성장해 1997년 국세청으로부터 성실 납세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여년 넘게 수정진동자 관련 사업을 해오고 있는 배 사장은 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자금 조달’을 꼽았다.

▷수정진동자는 일발인에게 생소한 아이템이다.

“수정진동자는 무선전화기, TV, 비디오, 컴퓨터, 전동시계, 통신기, 자동차, 인공위성, 로켓 등 주파수를 발생시키거나 주파수를 이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에 반드시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다. 수정진동자를 만들려면 인공수정이 있어야 하는데 인공수정은 수정 덩어리를 특수처리해 생산한다. 통신기나 가전제품용 인공수정은 생산하는 데 3개월 정도, 카메라용 수정은 10개월 이상 걸린다.”

▷사업상 어려운 점은.

“자금 조달이다. 인공수정은 향후 수년간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재고를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잘되면 대박이지만 안되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인공수정 수입 판매는 전체 매출의 30% 정도 된다. 용인공장 설립을 계기로 자동화기계 제작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쪽에서 20% 정도 매출이 나오고 있다. 나머지는 부품 수입 판매와 제조, 식품사업 등에서 나오고 있다.”

▷연구인력은 얼마나 되나.

“연구소는 2009년부터 개설했다. 6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

▷앞으로 비전은.

“중국 옌타이가람전자유한공사에서 휴대폰 카메라에 사용되는 블루글라스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분야 매출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다. 또 자체 생산하고 있는 수정진동자 생산 자동화 장비와 연구용 장비 등도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이 분야도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가람전자의 사훈은 의(義)다. 신의(信義), 대의(大義), 정의(正義)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아무리 많은 경쟁상대가 있어도 의로 뭉친 경험과 기술, 좋은 인간성을 가진 직원들과 함께라면 불가능이 없을 것이라는 설립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배 사장은 매년 직원들과 해외여행을 한다. 투자를 따로 받지 않아 지분 전량을 갖고 있는 그는 매년 발생하는 이익을 직원들과 나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직원 자녀들의 학비를 대학까지 지원하고, 회사 내에 체력단련실, 샤워장, 숙소 등 복지시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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