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경기도가 한 담배제조회사를 상대로 저발화성 담배(LIP)를 제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재 위험성을 높였다며 화재 진압 비용을 청구한 사건에서도 그는 ‘읽는 변론’ 대신 법정에서 직접 위험성 검증을 하는 길을 택했다. 일반 담배와 LIP 담배에 불을 붙여 재떨이에 꽂아놓고 어느쪽이 더 빨리 꺼지는지, 휴지통에 화장지를 구겨넣고 두 담배를 던져 불이 붙는 정도 등을 모두 시연해 보였다. 임 변호사의 노력 덕에 재판부는 두 담배의 화재 위험성이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담배회사 측에 승소 판정을 내렸다.
과거 즉석식 복권 등 인터넷 복권이 유행했을 무렵 한 이용자가 5000만원에 당첨됐다며 회사 측에 당첨금을 요구한 사건에서도 임 변호사는 법정에서 직접 위조 시연을 벌였다. 원고 측이 제시한 당첨 복권은 복권 이미지를 프린트한 자료로 보였기 때문이다. 눈앞에서 직접 위조하는 장면을 본 재판부는 수긍을 하고 회사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임 변호사는 영업비밀 침해 관련 형사 사건에서 사문화됐던 제도를 발견해 피해자 입장을 유리하게 이끌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상 범죄 피해자에게는 변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면밀한 법률 검토 끝에 피해자에게 의견 등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피해자 진술권’ 제도가 있다는 것을 찾아내 PT 방식으로 변론을 할 수 있도록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임 변호사는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변호사를 통한 실질적인 변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구채 발행 시장 정착…승리 대신 상생의 길 모색
법무법인 세종의 서태용 변호사는 기업들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떠오른 영구채(Hybrid Bond) 발행을 국내시장에 정착시킨 인물이다. 영구채는 채권의 성격을 지니지만 만기가 없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기업이 작은 부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서 변호사는 2011년 법무부로부터 영구채가 상법상 유효한 사채라는 유권해석을 받아내 시장의 영구채 발행 허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민경 변호사는 법률분쟁의 흔한 소재로 분류되는 ‘계약해석’ 분야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문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변호사는 용인시 하수처리시설 민간투자사업 업체가 부대사업 위탁계약을 체결한 A건설사를 상대로 130억원대 보장수익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대법원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 최근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그룹 간 약정금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인 백대용 변호사는 법적 분쟁에서 변호사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승리 대신 상생을 이끌어냈다. 백 변호사는 2012년 말 가맹본부인 B사와 가맹점사업자들 사이에 발생한 분쟁에서 상생협력합의서를 작성해 양 당사자의 동반성장을 이끌어냈다. 업계 최초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사업자들의 단체성과 단체교섭권을 자발적으로 인정해준 사례로 꼽힌다.
정수용 변호사는 세종에서 ‘통섭의 변호사’로 불린다. 에너지와 금융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정 변호사는 입사 이래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줄곧 수행해온 에너지 산업 전문가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 등을 수행해온 금융전문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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