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노키아 취재차 인도에 갔다. 첸나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는 매달 500만대의 휴대폰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모자랐다. 휴대폰 가입자가 매달 1000만명씩 늘던 당시 인도에서 노키아는 1300루피(약 30달러)짜리 단말기를 앞세워 시장의 70%를 휩쓸었다. 5년이 흐른 작년 3월, 다시 인도를 찾았다. 노키아폰은 휴대폰 가게 한구석에 밀려 있었다. 앞자리는 삼성 스마트폰 차지였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아이폰을 내놓자 노키아와 삼성은 함께 위기에 직면했다. 두 회사는 조직을 바꾸고, 열심히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지금 보듯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노키아의 실패는 만연한 관료주의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뉴욕타임스 2010년 9월26일자) 배가 기울었는데도 경영위원회에서는 자리싸움이 벌어졌다. 개혁을 위한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작은 실수는 공격의 빌미가 되기 일쑤였다.
노키아와 다른 삼성의 개혁
삼성은 똘똘 뭉쳐 갤럭시S를 내놨고, 애플마저 제쳤다. 삼성은 뭐가 달랐을까. 지난 4월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런(learn) 삼성 포럼’에서 의문이 풀렸다. 삼성 출신의 한 강연자는 “세계 모든 기업이 위기 때면 변화를 추진하지만 ‘인간부터 되자’며 접근한 건 삼성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3년 “인간미를 찾자, 뒷다리 잡지말자”며 신경영 강의를 시작했다. ‘임직원이 서로 믿고 힘을 합쳐 한 방향으로 가면 일류 기업이 될 것’이란 게 골자였다. 어떻게 비용을 아끼고,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가 아니었다.
삼성이 이 회장의 강의를 요약해 교육용으로 만든 ‘신경영’ 책자는 236쪽 중 처음 96쪽이 인간미, 도덕성, 에티켓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 접근법은 삼성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동력이 됐다.
이 회장은 기인(奇人)에 가깝다. 친구도 별로 없고, 술·담배도 안 한다. 한 손을 묶고 24시간을 견딘 뒤 “극복해봐라. 이게 습관이 되면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얻게 되고, 재미를 느끼고, 그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간 본성과 변화에 대해 알려고 자신을 교보재로 실험한 것이다. 서울사대부고 동기인 홍사덕 전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고교 때 벌써 “나는 사람에 대한 공부를 가장 많이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 인간에 대한 통찰력에서 신경영이 잉태된 것이다.
삼성인, 신경영 철학 되새겨야
신경영이 선포된 지 20년이 지났다. 삼성 내에서는 신경영 당시를 겪어보지 못한 임직원이 84%가 넘는다. 그래서인지 가끔 기본을 망각하는 일이 일어난다. 2011년 이 회장이 지적한 일부 삼성 계열사의 부패, CJ와의 상속분쟁 때 불거진 미행 사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수사 방해 등은 ‘삼성’답지 못했다. 이 회장이 지난 7일 신경영 20주년 메시지로 “1등의 위기, 자만의 위기”를 경고한 건 이를 감안한 것일 게다.
혹자는 중국의 추격, 신사업 부재 등으로 삼성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경영 철학이 이어진다면 미래는 여전히 밝다. 어떤 구조조정 방안이나 사업모델이 아닌 바른 마음가짐과 인간미에 기초한 철학이어서다. 이를 지킨다면 어떤 위기가 와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외국 증권회사 보고서나 해외 언론의 때리기에 흔들릴 삼성이 아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말했다. “그 어떤 외부의 도전도 내부적으로 강하면 물리칠 수 있다.” 삼성이 신경영 기본을 잘 지켜가며 한국의 간판 기업으로 오래 남길 바란다.
김현석 산업부 차장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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