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경유 쓰던 크레인, 전기로 바꾸라더니…

입력 2013-06-19 17:12   수정 2013-06-20 01:52

한치 앞도 못보는 에너지 정책 … 부산항에서 본 실태


19일 부산 감만동 감만부두 내 ‘알파 화물장치장’ 지역. 부산 북항에 있는 이곳에는 225번 번호가 찍힌 노란색 모습의 거대한 ‘전기트랜스퍼크레인(사진)’의 화물 집게가 수출용 컨테이너를 들어 트레일러로 옮기고 있었다.

전기트랜스퍼크레인은 트레일러가 가져온 컨테이너를 장치장에 배치, 보관하거나 장치장에 보관 중이던 컨테이너를 배에 싣기 위해 트레일러에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항만장비. 과거에는 경유를 사용해 흰 연기가 장비 위로 날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던 장비다.

이곳을 운영하는 세방부산컨테이너터미널의 유병기 정비팀장은 “지난해까지 경유를 사용하던 장비 16대를 전기용으로 바꿔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력원을 전기로 바꾼 덕택에 연료비를 90%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기트랜스퍼크레인은 한국 에너지원별 가격체계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면서 정부가 시행한 근시안적 에너지 가격정책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국제유가가 치솟던 2008년 11월 당시 국토해양부는 ‘항만 하역 분야 에너지비용 절감대책’의 하나로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평택·당진항 등 총 4개 항만의 172기 트랜스퍼크레인의 동력원을 경유에서 전기로 전환하라는 행정지도를 했다. 광양항에는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해 전환 작업을 지원했다.

그러나 한 대가 시간당 40㎾(㎾h당 99원)를 사용하는 전기트랜스퍼크레인은 전력난이 가중되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 전기를 잡아먹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항만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만은 관세 및 보안 지역으로 강제 절전 규제 대상 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24시간, 365일 가동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고 운영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항만 운영업체에 경유보다 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운 회사 관계자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싼 전기를 제공해 항만 운영업체를 지원하고 있는 셈”이라며 “산업계 지원과 어려운 전기수급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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