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레고켐바이오 대표 "신약개발 편견 버려야…리스크 관리에 목숨 걸어"

입력 2013-06-20 10:02   수정 2013-06-20 10:43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은 게 신약 개발이에요. 언제 어디서든 실패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패에도 수천수만 가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18일 김용주(57·사진) 레고켐바이오 대표이사는 최근 바이오 업계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킨 '젬백스 사태'를 겪으며 "시장에 신약 개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지 못한 데 일정 부분 책임을 느낀다"며 이 같이 말했다.

레고켐바이오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지 이제 한 달 남짓. 그 사이 젬백스가 췌장암 백신 임상에 실패하며 바이오주 주가 연쇄 하락의 된서리를 맞았다.

'신약 개발은 실패하기 쉽다'는 시장의 단일 잣대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약 종류와 개발 단계에 따라서 실패 확률은 천차만별입니다. 현재 저희가 임상 1상(동물 상대 실험 이후 사람에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진행하는 항생제는 평균 성공 확률이 항암제의 두 배예요.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체력이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용주 대표는 국내 신약 개발 분야에서 30년 간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

그는 LG화학 연구원 재직 시절 세계적인 항생제 '팩티브(Factive)'의 모태가 된 '퀴놀론계 항생제'를 개발한 주역이었다. 어느날 사업적인 이유로 항생제 분야에서 철수한다는 회사의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들었다.

그러나 기술 잠재력에 대한 그의 확신은 동료 연구원 6명과 함께 2006년 레고켐바이오를 창업한 원동력이 됐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으론 드물게 단계별 의사 결정시스템(Gate Decision System)을 연구에 적용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엄격한 기준을 거치게 해 후반 단계의 실패 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방법이다.

또 신약 물질이 후반 단계에서 죽더라도 회복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백업(Back-up) 플랜을 갖추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레고켐바이오는 현재 임상 1상 2개와 비임상 2개, 사업화 1개, 차세대 원천기술 1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을 구축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는 이미 시장에 안착한 회사와 손잡는 방법을 택했다. 대형 제약회사와 공동 연구하고 일정한 성과 단계에선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수익 기반을 창출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창업 7년 만에 국내외 제약사와 총 7건의 기술이전 계약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기술이전의 성과가 매년 반영되면서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61억원을, 내년에는 12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원가 없이 순익으로 이어지는 기술이전 매출의 특성상 내년에는 순이익 26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레로켐바이오의 하체가 단단해진 만큼 세계적 신약개발 업체의 꿈에 다가가기 위해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하나 기자 lh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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