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꿈꾼 울릉도 소년, 대수도원장 됐네~

입력 2013-06-20 16:55   수정 2013-06-21 05:35

40대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트위터·페이스북으로 신자와 소통"


20일 오전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성당. 지난달 7일 선출된 제5대 수도원장 축복식(미사)이 열렸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장인 조환길 대주교가 주례하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교단이 공동집전한 축복미사의 주인공은 올해 43세의 박현동 아빠스. ‘영적인 아버지·스승’을 뜻하는 아빠스는 대수도원의 최고 장상(長上·어른)을 이르는 말로, 주교급이다. 그는 23명의 대주교와 주교가 있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막내 멤버다.

박 아빠스는 수도원장 선거에서 전체 수도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수도원장에 선출돼 아빠스가 됐다. 2009년 한국 진출 100주년을 맞은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젊은 아빠스 선출은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축복식에 앞서 박 아빠스를 만났다. 컴퓨터를 좋아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소통하기를 즐기는 ‘신세대’ 수도원장의 포부를 듣기 위해서다.

“저는 울릉도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나왔는데 원래 꿈은 과학자였어요. 집에 있는 전기제품은 죄다 분해했고, 고장 난 걸 고치는 것도 제 몫이었죠.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아서 중학교 때 8비트 컴퓨터를 샀어요. 대학(경북대 공업화학과) 1, 2학년 땐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에 빠져 지내기도 했고요. 무선통신을 하다 보면 수많은 잡음과 소음 속에서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알아들으려 애쓰는데, 그 수많은 소리 가운데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1990년 대학 졸업과 함께 수도회에 들어간 박 아빠스는 2001년 종신서원을 통해 평생토록 수도회에서 살 것을 맹세하고 그해 가을 사제가 됐다. 로마 유학을 다녀온 뒤 수도자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련장을 맡았다. 컴퓨터 전문가답게 1996년에는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없는 수도원 내 봉쇄구역 사진을 담아 국내 가톨릭단체 최초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대기업도 홈페이지를 갖춘 곳이 많지 않을 때였다. 그는 지금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열린 수도원’을 지향한다.

“2002년부터 젊은 사람들이 우리 수도원에 와서 함께 기도하고 일하고 성서묵상도 하는 수도생활체험학교를 시작했는데 정말 좋아들 해요. 재작년부터는 중장년층을 위한 체험학교도 열었는데 신자가 아닌 분도 많이 옵니다. 작년엔 가족 단위 체험학교도 시작했고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어딘가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느낌이 드는데 이들에게 잠시나마 멈춰 서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성베네딕도회는 1909년 한국에 진출했다. 서울 백동(현재 혜화동)수도원과 함남 덕원수도원 시대를 거쳐 1952년부터 왜관수도원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본원과 예속수도원과 분원 등의 수도자 140여명이 순심교육재단, 분도출판사, 분도식품, 금속공예실, 유리화공예실, 노인마을, 농장 등을 운영한다. 북한의 나진·선봉 지역에 병원을 세우고 지원하고 있다.

박 아빠스는 “많은 일 중에 어떤 것을 계속 해야 하는지, 새롭게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인지 파악해 변화를 주려고 한다”며 “하느님께서 왜 나를 수도원 장상으로 부르셨는지, 공동체 형제(수도자)들이 왜 나를 아빠스로 뽑았는지 그 뜻을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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