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1병영] 이원해 회장 "아들이 방황한다고? 군대 보내, 모든 게 해결돼"

입력 2013-06-20 17:02   수정 2013-06-21 00:15

나의 병영 이야기 -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

1975년 육군항공대 하사로 입대
정비 6년…메커트로닉스 기술에 군인정신 무장해 중견기업 일궈




‘완전무결’ ‘한 번의 실수가 생명을 앗아간다’….

1975년 가을. 장기 하사를 지원한 나는 경기도 모처에 있는 육군항공대에 배속됐다. 그 곳에서 가장 먼저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완결을 강조하는 구호들이었다. 전북 여산에서 3개월간 총검술·각개전투·유격 등 기본 훈련을 받고 3개월간 항공기 정비교육을 받은 뒤 자대로 배치된 것이다. 활주로에는 다목적 수송용 헬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월남전에 참전했던 기종도 있었다.

자대 배치 첫날, 낮에 고된 정비업무를 마친 뒤 저녁식사까지 마치고나니 군입대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장기 하사를 지원한 것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청주에서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엔 풍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었다. 유한공고(기계과)에 진학한 것도 무상교육 때문이었다. 하지만 생활비가 문제였다. ‘군위탁 장학생’을 지원했다. 장기 복무를 전제로 생활비를 받을 수 있었다. 군에 입대한 뒤 항공기 정비 주특기를 받았다.

육군항공대에는 주로 헬리콥터와 정찰기들이 있었다. 난 정비 담당이었다. 고교 실습시간 때 접한 선반·밀링 등 공작기계에 비해 기능이 훨씬 뛰어난 장비가 즐비했다. 기계에 전기·전자·컨트롤 기능이 부착된 장비들이 대부분이었다. 호기심을 자극했다. 항공기 정비는 매우 중요하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곳곳에 ‘완전무결’ 등의 표어가 붙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공기 추락사고는 기체 결함의 원인도 있지만 정비 불량에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병력을 싣고 신속히 출발해야 하는 헬기가 정비불량으로 뜨지 못한다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항상 완벽한 사전정비가 필요한 이유다.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헬기가 불시착해 탑승장교가 다치는 사건도 생겼다. 조사 결과 정비불량이 아니라 기체 결함으로 판명나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도 있다.

군생활은 나에게 세 가지 도움을 줬다. 첫째, 학업을 이어가고 가정도 도울 수 있었다. 6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월급을 쪼개 어머니께 보내드렸다. 둘째, 사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업 아이템을 건설기계용 부착장비로 정한 것도 군생활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장비는 단순히 기계만 알아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다. 기계·유압·공압·자동화·전기·전자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 군시절 익힌 메커트로닉스 기술이 밑바탕이 됐다. 우리 회사의 이병기 부사장도 군에서 만난 인연으로 창업초기 영입했다. 사업을 하면서 두 번, 세 번 점검하는 버릇도 이때 생겼다. 군복무 중 숭실대 전자과 야간에 입학한 것도 메커트로닉스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셋째,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정신이다. 군에선 어떤 어려운 상황이 벌어져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이것 때문에 안 돼”, “저것 때문에 곤란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막힌 곳은 뚫고 길이 없으면 다리를 놔서라도 개척해야 한다.

군생활과 주경야독을 통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1988년 서울 신도림동에서 30평짜리 월세공장을 얻어 대모엔지니어링을 창업했고 지금 연간 4000만달러 이상을 수출하는 기업을 일궈냈다. 최근에도 독일 터키 러시아 등지를 다녀왔다. 이같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것도 군에서 배운 도전정신 덕분이다. 아들이 방황해 고민하는 후배들을 만나면 바로 얘기한다. “군대 보내. 그러면 모든 게 해결될 걸세”라고.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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