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누가 키웠나] '원전 제로' 외치던 日, 재가동으로 유턴한다

입력 2013-06-20 17:17   수정 2013-06-21 03:11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한때 ‘원전 제로(0)’를 선언했던 일본 정부가 원전 재가동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원전 반대 여론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가동 중지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무역수지 악화 등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원자력 규제위원회가 안전성을 인정한 원전은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에 명기했다. 안전하다고 확인된 원전부터 재가동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이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다. 아사히신문이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재가동에 대한 반대(59%)가 찬성(29%)을 크게 웃돌았다. 이런 여론에도 정부가 원전 재가동을 밀어붙이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재작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54개 원전을 모두 가동 중단하면서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안아야 했다. 미국의 두 배, 한국의 세 배 등 가뜩이나 전기요금이 비싼데 원전 가동 중단 조치가 장기화하면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도쿄전력을 포함한 대부분의 전력회사는 이미 10% 안팎의 전기요금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원전 가동 중단에 따라 화력발전 의존도를 높인 전력회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원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의 사용량이 크게 늘어났다. 도쿄증시에 상장돼 있는 10개 전력회사의 작년 말 기준 총 부채규모가 25조3000억엔(약 300조원)으로 덩달아 불어났다. 이는 상장법인(3월 결산법인) 전체 부채(184조엔)의 18% 수준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뒤 2년 동안 10개 전력회사의 부채가 4조엔(약 48조원)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빠진 일본으로선 원전 재가동 외에 다른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은 셈이다. 우선 후쿠이현에 있는 오이원전 3, 4호기부터 다시 돌리고 있다. 나머지는 주변 지역과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구체적인 재가동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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