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에도 돈줄 죄는 中…은행간 금리 보름새 2배 급등

입력 2013-06-20 17:34   수정 2013-06-21 02:55

그림자 금융 차단 … 단기금리 9.39%로 치솟아
제조업 경기 지수도 48.3% 9개월만에 최저
시진핑의 '거품빼기' 정책 … 기업·은행들 '당혹'




지난 13일 사흘간의 단오절 연휴를 마치고 책상에 앉은 중국의 은행 자금 담당자들은 일제히 긴 한숨을 쉬었다. 기대했던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은행권 자금 경색으로 연휴 이전부터 상승세를 보였던 은행 간 단기 금리는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20일 중국 은행 간 대출금리는 1개월 기준 9.39%까지 치솟았다. 하루 사이에 1.78%나 올랐다. 4월 초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하루짜리 금리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3.55%까지 급등했다. 하루 상승 폭이 5.78%포인트였으며 4월 초 대비 세 배로 올랐다. 중국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림자 금융 차단에 나서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외형보다는 경제 각 부문에 퍼진 거품을 바로잡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책기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은행 길들이기 여파?

국가가 통제하는 중국 금융시장에서 은행 간 금리가 이처럼 큰 폭으로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림자 금융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중국 금융당국의 경고”라고 분석했다.

4월부터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단속하면서 중국 은행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관련 금융상품인 위탁대출 등에 투자했던 돈을 투자자들이 회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연휴를 앞두고 예금 상환 수요까지 겹치면서 자금 경색이 심해졌다. 지난 6일 광다은행이 공상은행에서 빌렸던 대출 60억위안(약 1조12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 진작을 위해 연휴 기간에는 돈을 풀던 인민은행도 이번에는 정반대로 시중 자금을 회수했다. 은행들이 자금난에 빠지면서 19일에는 5대 대형은행 중 한 곳도 대출 상환 불능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중국 금융당국의 ‘은행 길들이기’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징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림자 금융 등에 투자해 이득을 챙기는 것에 인민은행이 수차례 경고한 바 있다”며 “그동안 정부 방침을 지키지 않은 은행들에 손실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뀐 정책기조에 따른 적응통 계속될 듯

중국의 기업과 은행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경기가 하강하면 돈을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리던 과거와 반대되는 정책이 잇달아 나오고 있어서다.

20일 발표된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HSBC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3으로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HSBC는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도 8.2%에서 7.4%로 대폭 낮춰 잡았다. 예전 같았으면 부양책을 내놨을 중국 정부는 오히려 지난달부터 수출을 가장한 국제 투기자금 유입을 차단해 4월 14.7%였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을 5월 1.0%로 끌어내렸다. 유동성 공급 정도를 나타내는 사회융자총액도 3월 2조5000억위안에서 5월 1조2000억위안으로 대폭 줄었다.

그럼에도 19일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리커창 총리는 “현재 경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돈 풀기를 통해 거품을 일으키기보다는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간 단기금리 급등은 바뀐 정부 정책기조에 은행들이 적응해가면서 나타난 해프닝”이라며 “앞으로도 비슷한 ‘적응통’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 기자/베이징=김태완 특파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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