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0일 오후 2시50분
LG와 GS가 2004년 그룹 분할 이후 처음으로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맞붙는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웅진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웅진케미칼을 인수하기 위해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인수자문사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법률자문사에 법무법인 율촌을 선정하고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GS그룹 계열사인 GS에너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그룹과 딜로이트안진, 율촌은 이번 주 킥오프미팅을 갖고 본격적으로 웅진케미칼 인수전 참여를 위한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킥오프미팅이란 M&A에 참여한 기업과 자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회의로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LG그룹은 화학계열사인 LG화학을 통해 이미 회계법인인 삼일PwC와 법무법인 광장을 각각 인수자문사 및 법률자문사로 정하고, 웅진케미칼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LG그룹과 GS그룹이 M&A 시장에서 격돌하는 것은 그룹 분할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향후 5년간 상대 주력 사업에 진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오랜 동업 관계인 구씨와 허씨 일가가 분가 이후에도 동업자 정신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맺은 신사협정이다.
두 그룹 간 신사협정은 2009년 만료됐지만 이후에도 LG와 GS그룹은 같은 업계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자제해 왔다. 때문에 웅진케미칼을 놓고 두 그룹이 맞붙은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LG와 GS그룹이 웅진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웅진케미칼의 섬유사업부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에틸렌글리콜(EG)을 생산하는 LG화학이 웅진케미칼을 인수하면 수직계열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G는 웅진케미칼의 주력 제품인 폴리에스테르 단섬유의 원료다.
GS그룹은 웅진케미칼의 멤브레인 필터(수처리여과막) 사업부 인수가 주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멤브레인 필터는 수처리시설의 핵심기술 가운데 하나다. GS그룹은 GS건설을 통해 지난해 5월 세계 10위권 수처리 기업인 스페인 이니마를 인수하는 등 수처리사업을 그룹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웅진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에서 섬유 사업과 필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85.7%, 14.3%였다.
웅진케미칼은 지난 2월 확정된 웅진그룹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웅진식품과 함께 매각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12일 국내 기업과 사모펀드(PEF) 60여곳에 투자안내문(티저레터)을 보내면서 매각작업의 닻을 올렸다. LG와 GS 외에 휴비스와 SM(삼라마이더스)그룹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웅진그룹은 3500억원 이상의 매각가격을 희망하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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