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STX대련, 한-중 은행 갈등‥STX조선 정상화 뇌관

입력 2013-06-21 14:54  

중국은행에 지급보증액 6000억…조선에 돈 넣으면 대련 중국 채권단으로 흘러갈 수도


이 기사는 06월19일(11: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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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STX조선해양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STX팬오션처럼 법정관리로 결론이 나는 일만은 피하자는 속내다. ‘키’의 방향은 잡았지만 넘어야 할 파도가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 중에서도 당장 넘어야 할 장벽은 STX대련이다. STX대련조선, STX대련엔진, STX대련해양중공 등은 중국 현지 은행으로부터 조달한 부채와 관련해 STX조선해양이 600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단과 중국 은행들이 경영 정상화 전략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한 산업은행 등이 출자전환 형태로 STX조선해양에 돈을 넣어봤자 이 자금은 고스란히 중국 채권자들에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STX조선해양 경영 정상화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STX조선 회생의 뇌관 '지급보증'
STX조선해양이 5월31일 공시한 계열회사간 상호채무보증현황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STX대련조선, 엔진, 해양중공 등 3개사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선 금액은 총 1조2689억원이다. 이 중에서 중국 은행과 관련된 지급보증액은 ▲STX대련조선 673억원 ▲STX대련엔진 2415억원 ▲STX대련해양중공 2684억원 등 총 5772억원이다.

대련 3개사가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STX조선해양은 이자까지 포함해 지급보증 금액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STX대련조선 등의 회생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STX대련조선 등 3개사의 경영이 최악이라는 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STX대련조선은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 STX대련조선은 수주는 고사하고 주문 받은 선박의 제조도 멈춰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주)STX, STX조선해양 등 STX대련조선의 주주들은 올해 초 중국측에 일종의 ‘항복 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권을 넘길 테니 채무보증 의무를 면제해달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중국 은행들이 반발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STX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TX대련조선을 매각하기 위해 중국 국영조선사와 협상할 당시 돈을 얹어주고 팔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은행과 협력이 관건
산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채권단들도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뚜렷한 해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채를 감당할 만큼의 돈을 받고 STX대련조선 등을 매각하는 것이다. STX대련조선 등이 다롄의 주요 산업 시설이고 대량 실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중국 정부도 손을 놓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청산 가치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이 돈을 줘가며 STX대련조선 등을 인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 역시 불가능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 중심의 워크아웃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기업 회생을 위해 한국에서 실시한 특수한 제도”라며 “중국에 워크아웃 제도가 있지도 않고, 기업 회생에 관한 중국 상법이 어떻게 돼 있는 지 국내에선 파악조차 안돼 있다”고 말했다.

제도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채권단이 중국 은행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채권단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방식의 기업 회생을 진행하려면 국내에서도 협약채권자와 비협약채권자간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건은 중국 은행들이 출자전환을 하도록 요청을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TX대련조선의 채무 가운데 70% 가량은 중국 은행들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해결이냐 STX조선 포기냐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기업 구조조정에 관한 한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하고 있다. 금호, 대우그룹 등 대부분의 기업 구조조정이 국내 채권단만 관련돼 있던 것인데 비해 STX대련조선 등은 중국, 한국 채권단이 모두 얽혀 있어서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과 중국 정부 간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채권단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융위 등 정부에선 STX조선해양을 살리라는 지침만 내려 놓고 정작 중요한 부분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STX대련조선 매각이 불발되거나 중국 은행들의 출자 전환이 성사되지 않으면 결국 STX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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