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최근 발표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하루 평균 38만건, 연 1억3700만건의 사이버범죄가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120조원에 달한다. 사이버공격은 점차 국가 간 사이버전쟁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3월20일 방송사와 금융사 전산망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연일 해킹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사이버안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국방 예산을 줄이고, 매년 약 4조5000억 원의 비용을 들여 사이버전쟁 훈련을 하는 등 사이버안보 예산 확보에 나섰다. 일본이나 영국 등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가적 보안수준 강화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보안산업 육성’이다. 보안산업 육성은 기술력 향상과 내수시장 확대, 나아가 우수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 해외수출 등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안 없이 쌓아진 인프라는 모래성과 같다. 사이버위협에 대한 선제적 방어와 미래 IT 융합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보안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 세 배인 190조원 규모로 추산되며, 연평균 10.5% 증가율이 예상되는 초성장형 산업이다.
우리의 보안산업이 창의적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가치관이다. 최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급부상 중인 기업 스프록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약의 진품 여부를 판별해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싼 값에 효능 없는 가짜 약을 사며 고통받는 개도국 국민을 돕고 싶은 마음이 그 출발점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우리 가슴 속 ‘인간애’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국가적 지원이다. 세계적인 벤처육성 국가인 이스라엘은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인재가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도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수한 기술력과 아이디어에 대해 도전과 실패를 허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셋째, 사회 전반적인 보안인식 제고다. 우리는 빠르고 편하기만 한 자동차를 좋은 차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안전성이 필수 조건이며,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서비스가 창출되고 있는 지금 환경에서도 보안투자를 부차적인 사항으로 여긴다. 보안은 결국 나를 위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보안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따른 각종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있는 핵심 분야이자, 미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창조경제의 첨병이다. 이제 보안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에 미래를 걸어보자.
이기주 <한국인터넷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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