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주년을 맞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씨는 소문난 만년필 마니아다. 손때가 묻은 여러 개의 만년필 중 그날의 감정 상태와 곡의 분위기에 따라 하나를 고르고, 그 만년필로 곡을 쓴다고 한다. 좋은 작품이 탄생한 공을 펜에 돌리는 경우도 있다.
몽블랑은 1906년 처음 세상에 선을 보인 뒤 품격 있는 만년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뚜껑 부분에 새겨진 육각형 흰 별 모양은 몽블랑 산 봉우리를 덮고 있는 만년설의 결정체를 상징한다. 금빛 펜촉에 새겨진 4810은 유럽 최고봉인 몽블랑 산의 높이(4810m)를 의미한다.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몽블랑 정상과 절대 녹지 않는 만년설처럼 최고라는 자존심과 변치않는 가치를 지켜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몽블랑은 역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한다. 1963년 1월22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콘라트 아데나워 독일(당시 서독) 총리가 맺은 독일프랑스 화해협력조약 당시 사용한 것이 몽블랑 만년필이다. 1990년 독일 통일 조약서에 당시 서독의 헬무트 콜 총리가 쓴 필기구 역시 몽블랑의 대표 만년필인 마이스터 스틱 149였다.
2009년 NATO 정상회의 에서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서명 장면 등에도 몽블랑이 자리했다.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몽블랑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높은 수준의 신뢰, 지성을 대변하는 품격, 거스를 수 없는 권위를 대변하는 파워 펜(Power Pen)으로서 기억되는 이유다.
152개의 공정을 거쳐 펜촉을 하나 만들어내는 정성은 높은 가격으로 보상받는다. 만년필 한 자루에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그만한 가치와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불가능한 가격정책이다. 이는 소비자들도 인정한다. 예컨대 1992년에 유명한 예술 후원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를 기념해 몽블랑에서 4810개 한정 생산한 에디션은 당시 개당 1500달러에 출시됐지만 현재 옥션 사이트에서 1만20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만년필 마니아들은 만년필을 ‘평생의 친구’라고 표현한다. 서랍 깊숙이 보관해 둔 오랜 친구들을 꺼내어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만년필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가슴 뿌듯했던 경험을 떠올린다고 얘기한다.
가격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소장가치를 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하이테크(high-tech)의 시대에도 하이터치(high-touch·인간적 감성)를 담아내는 ‘신뢰, 품격, 권위’의 상징으로서 몽블랑의 명성은 더 높아질 게 분명하다.
김면균 < 몽블랑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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