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30만명 소국, 외래 관광객은 작년에만 1440만명
'관광 2015' 정책 시행…센토사·마리나베이 등 리조트에 외국인 몰려
관광수입 크게 늘어…GDP의 7.5% 달해
SNS 마케팅도 강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1162달러인 싱가포르는 관광산업 선진국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인구 530만명의 3배에 가까운 1440만명의 외래관광객을 유치했다. 싱가포르를 찾은 외래관광객은 2007년 1028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런 위기 상황 극복의 최대 동력은 2010년 문을 연 두 곳의 종합리조트다. 센토사리조트월드와 마리나베이샌즈 등 종합리조트 2곳이 개장하면서 인도네시아 중국 말레이시아 호주 인도 등 싱가포르 인근 5개 국가에서 싱가포르를 찾는 관광객들이 급증한 것. 싱가포르의 관광수입도 크게 늘어 지난해엔 GDP 3052억싱가포르달러의 7.5%를 관광수입이 차지했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관광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2005년 관광산업을 싱가포르 경제의 핵심 기둥으로 키우겠다는 ‘싱가포르 관광 2015’를 발표하면서부터다. 관광개발기금 20억싱가포르달러를 조성해 2015년까지 외래관광객 1700만명을 유치, 관광수지 300억싱가포르달러 흑자를 달성하고 관광분야에 일자리 10만개를 창출한다는 것이 ‘싱가포르 관광 2015’의 골자다. 이런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복합리조트가 세워졌고 의료관광, 크루즈관광 등을 중심으로 싱가포르의 관광산업은 양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올초 싱가포르의 관광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 싱가포르 정부가 “관광객의 양적 증대 정책을 중단하고 질적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 2010년 이후 복합리조트가 들어오면서 외래관광객이 늘었지만 국토면적이 좁아 호텔 공급에 한계가 드러났고, 질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혜련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 지사장은 “중국인들이 싱가포르 부동산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면서 싱가포르의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인건비와 모든 서비스 비용들이 올라가니 양적 성장 정책으로는 이윤을 남기기 힘들고 서비스 수준도 맞추기 힘들다고 싱가포르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정된 국토에 받아들일 수 있는 외래관광객 숫자를 적정선으로 유지하되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신흥 부유층과 일본인 등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에 좀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관광청은 2010년 3월까지 6년 동안 사용해온 관광브랜드 ‘유니클리 싱가포르(Uniquely Singapore)’ 대신 새로운 브랜드 ‘유어 싱가포르(Your Singapore)’를 발표했다. 객단가가 낮은 대규모 단체 관광객보다 많은 돈을 쓰는 개별 관광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발굴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이에 따라 국가별 여행객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데 적극 투자해 각국 계층별로 선호하는 관광 형태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이 원하는 관광체험을 웹사이트를 통해 쉽게 기획하고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웹사이트(yoursingapore.com)를 방문해 싱가포르 여행의 정보를 공유하고 일정표를 직접 짤 수 있도록 했다.
○우리도 싱가포르처럼…고액 관광객 모시기
동남아 최고 부국인 싱가포르에 1978년 설립된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는 지난 35년 동안 동남아 시장 개척의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한류가 확산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동남아 지역 전반에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고 매력적인 관광지를 소개했으며 한류가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된 뒤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끌어올리기 위한 관광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는 방한 관광객 숫자는 여타 국가에 비해 적지만 1인당 소비액이 높은 데다 관광객 증가세도 가팔라서 집중적인 마케팅 대상이다.
지난해 한국은 찾은 싱가포르 사람은 15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3.7% 증가했다. 특히 싱가포르 방한객은 1인당 평균 2001달러를 지출해 방한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소비했다. 평균 체류 기간도 7.8일로 아시아지역 관광객 가운데 가장 길다. 서울과 수도권에만 머물지 않고 제주 강원 남해안 등 전국 일주형 한국관광을 즐기는 ‘알짜배기’ 관광객들이다.
이 때문에 관광공사 싱가포르지사는 싱가포르의 달라진 관광정책을 한국의 관광마케팅에도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연간 방한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 한국도 고급 재방문 관광 목적지로서 자리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방한 경험과 재방문율이 높고 관광객들의 기호가 다양한 시장에서는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상품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SNS 마케팅…MICE 유치 전담 조직도
싱가포르지사의 기본 임무는 싱가포르 관광객들의 까다롭고 다양한 기호에 맞는 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알리는 것.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아시아 비즈니스의 거점으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이스(MICE, 회의·포상관광·컨벤션·이벤트와 전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사 내부에 MICE 유치 전담 라인도 만들었다. 다국적 기업들의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단체 관광을 유치하는 거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07년 한국 문화·관광 종합홍보전시관인 ‘코리아플라자’를 열고 매주 한글·한식·K팝 댄스 등 다양한 한국문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한류의 확산에 따라 이들 강좌는 수강 대기생이 줄지어 서서 기다리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심 지사장은 “최근 몇 년간 개별 방한관광객이 늘어 이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킬 만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한류와 연계한 관광지를 발굴해왔다”며 “한국의 4계절과 전국 각지의 다양한 자연, 음식, 문화 등 한국의 다이내믹한 소재를 관광상품으로 엮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이 발달한 싱가포르의 환경을 활용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저비용·고효율 마케팅도 적극 펼치고 있다.
한국을 아시아에서 가장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찬 고품격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게 싱가포르 지사의 목표다. 심 지사장은 “아직도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한류의 본고장 한국을 더 다양하게 알고 싶어한다”며 “싱가포르 고객들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노력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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