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2000시대 이끈다 4]윤경은 현대증권 대표 "국내는 과당경쟁…해외서 상품력 인정받을 것"

입력 2013-06-24 15:57  




"왜 증권사는 항상 백화점식으로 운용사 상품을 골라 팔아야 합니까? 현대증권은 직접 좋은 상품을 만들고 해외에도 금융상품을 수출하는 '리딩 증권사'가 되겠습니다."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이사(사진)는 2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FI'라는 브랜드를 출원해 한국 금융의 혁신(Korea Financial Innovation)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올해 영업이익 1500억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거래대금 부진,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저금리, 저성장의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과당 경쟁에 돌입한 국내 시장의 틀에서 벗어나 사업 구조를 바꾸고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가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주력 사업으로 제시한 것은 WM(자산관리) 하우스로의 전환, 팬아시아(Pan-Asia)를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장이다.

현대증권은 일반 영업지점을 줄이고 자산관리대형점포인 WMC를 지속 개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1호점이 오픈된 WMC는 현재 5곳으로 늘었다. 다음달에도 1개 지점이 WMC로 전환될 예정이다. 반면 윤 대표 부임 당시 133곳이던 일반 영업지점은 현재 126개로 통폐합됐다.

윤 대표는 "타 증권사의 경우 전체 수익에서 리테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인데 비해 현대증권은 지난해 6%에 불과했다"며 "자산관리를 강화하면서 올해 수익 비중의 10%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증권의 WM 사업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일등공신은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라고 꼽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대증권의 올 1분기 ELS 발행액은 1조7164억원(비중 13.2%)으로 업계1위다.

윤 대표는 "최근 ELS, DLS 상품 경쟁력이 강화됐다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이러한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팬아시아 시장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은행 등 외국계 금융사, 신한금융투자의 국제영업본부장을 지낸 윤 사장은 솔로몬투자증권 대표이사 시절부터 해외 사업 진출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윤 대표는 "알고리즘, 트레이딩 아이디어 등 투자 전략을 수출하자는 것"이라며 "올해 설립된 싱가포르 트레이딩 법인, 헤지펀드 운용사와 홍콩 법인은 크진 않지만 현재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앞으로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의 경우 현대증권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해외 증권을 자산으로 한 롱숏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안정적인 우량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해 나갈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들에게 현대증권의 알고리즘을 인정받아 한국의 수한 인재들이 조지 소로스와 경쟁할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고 자신했다. 또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낸 상품은 국내에 들여와 리테일사업 등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전하고 있는 리테일 부문에 대해서는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기보다는 임금체계의 변화를 통해 고용 안정을 지키고 생산성을 높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상 경영 시기지만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회사 경영하겠다는 것. 그는 "고정 급여와 변동 급여의 비율을 조정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그룹 리스크도 "직접적인 타격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현대그룹 신용도 문제는 조금 불리할 수 있지만 현대증권은 51년 전통을 지켜오고 있어 다행히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발언했다.

현재 마찰을 빚고 있는 노조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처우 등 근무환경과 연관된 부분에는 적극적으로 임하겠지만 (노조가 제기해 온) 여러 문제들이 허위사실로 밝혀지면 엄정하게 다룰 수 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한편 윤 대표가 공식적으로 기자간담회를 가진 것은 지난해 11월 현대증권 각자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표는 지난달 김신 전 각자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단독대표가 됐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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