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조선 자금조달 애로 해소
정부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검토로 건설 조선 해운 등 취약 업종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회사채시장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썼던 회사채 신속인수제와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의 재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4일 간부회의에서 “회사채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돼 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스프레드)가 커지고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스템 안정 확보를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취약 업종을 포함해 기업 전반의 자금 애로 해소를 위한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 시 적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 들어 신용등급 ‘A’ 이상인 회사채는 8조9000억원 순발행된 반면 ‘BBB’ 이하는 오히려 1조3000억원 줄었다. 건설 조선 해운업종의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은 각각 5000억원, 6000억원, 3000억원 감소했다. 건설 조선 해운업종 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중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4조7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회사채 만기 도래액 23조원의 20% 수준이다.
금융위가 검토하고 있는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 가운데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것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다. 이 제도는 특정 기업이 발행한 비우량 회사채를 인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2001년 현대전자 현대건설 고려산업개발 쌍용양회 등 7곳(신용등급 BB~BBB+)에 적용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기업이 발행한 사모사채 가운데 20%는 자체적으로 상환하게 하고 나머지 80%를 인수했다.
문제는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조선업종 등 제조업체를 지원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할 정도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낸 돈으로 펀드를 조성해 상대적으로 우량한 회사채(BBB+ 이상)를 사들이는 것이다. 2008년 12월 5조원 규모로 처음 조성됐다. 특정 기업을 돕는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회사채 수요를 늘리고 우량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우량 회사채시장의 경색은 늘 있었던 일이고, 최근 우량채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해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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