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연에 업계 '한숨'

입력 2013-06-24 17:16   수정 2013-06-25 04:06

"부동산 침체로 가격 통제 의미없어 … 심사 등 부대비용만 발생"



지난해 정부가 발의한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사실상 폐지) 법안’이 이달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9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되면서 주택업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누적으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지속에 따른 사업 불편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맞춤형 주택공급이 불가능한 데다 건설사들이 분양가 책정 직전에 불필요한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 등 간접경비 지출도 적지 않게 소요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낮아지는 분양가

24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공급되는 단지들은 대부분 분양가 심의가격과 실제 공급가격의 차이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는 해당 ‘지자체가 심의하는 가격(상한제 가격)’보다 분양가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무색할 지경이란 게 분양대행업계의 설명이다.

요진건설이 최근 경기 일산신도시 백석역 인근에서 선보인 ‘일산 요진 와이시티’는 작년 7월 3.3㎡당 1795만원에 분양가 심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실제 분양가는 1390만원으로 결정했다. 3.3㎡당 400만원 낮은 수준이다.

경기 용인 신봉동 ‘광교산자이’도 실제 분양가는 1170만원으로 심의가격(1340만원)보다 크게 낮다.

경기 고양시 ‘삼송 우남퍼스트빌’, 경기 화성시 ‘신동탄 SK 뷰파크’ 등 대부분 단지들이 실제 분양가를 심의가격보다 크게 낮춰 공급했다. W건설 주택개발팀의 한 임원은 “택지지구가 아닌 주택용지는 금융 부담이 워낙 커서 적자 사업장인 경우가 많다”며 “초기 분양률을 높여서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보다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년째 지속되는 건설업계 ‘대못’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할 때 땅값과 건축비를 고려해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노무현 정부 시절 폭등하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2005년 공공택지에 전면 도입됐다.

이후 2007년 민간택지까지 확대됐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자유치 관련 지역, 관광특구 내 초고층 아파트,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제외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단골메뉴로 등장했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주택업계는 “요즘처럼 분양시장이 침체된 경우에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어려움이 없다”며 “하지만 지자체 심의가격을 받기 위한 준비과정에서의 부대비용 등 금전적 불편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체인 S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오랫동안 묵혀온 사업지의 경우 이미 금융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지만,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원가반영 제한이 생겨서 사업 추진을 원만하게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상한제가 유지되면 수요자들의 입맞에 맞는 고가·고급주택 공급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히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야당의 반발을 우려, 지난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대신 탄력 적용 방침으로 선회한 상태다. 국토부가 작년 9월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은 분양가 상한제를 기본적으로 없애되 주택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한해 국토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 관련 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지도 못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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