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교육복지 실태 감사
소득하위 30% 미만 장학생
1629명 실제론 소득상위 70%
건강보험 자료만 활용한 탓
대학생 A씨의 어머니는 2011년 금융소득으로 2억6700만원(이자율 3% 적용시 금융자산 87억원 추산)을 거뒀지만, A씨는 지난해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107만원의 국가장학금을 받았다. 지난해 국가장학금 79만원을 받은 다른 대학생 B씨도 아버지가 시가 6억7500만원 상당의 골프회원권을 갖고 있음에도 한국장학재단은 회원권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정부가 저소득층 대학생에게 교육기회 보장 차원에서 지급하고 있는 국가장학금이 줄줄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한 달가량 교육부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고소득자 자녀가 국가장학금을 받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24일 발표했다.
국가장학금 사업은 저소득층 대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가 지난해 1조7500억원, 올해 2조775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학생에게 직접 지급하는 1유형과 대학의 자구노력과 연계해 지급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1유형은 지난해 소득 하위 30%(3분위)에서 올해 70%까지, 2유형은 지난해 70%에서 80%로 확대됐다.
감사원이 지난해 2학기 소득하위 30%로 분류된 국가장학금 수급자 중 서울 강남권에 거주하는 9004명을 조사한 결과 18.1%인 1629명이 소득 상위 70%에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한국장학재단이 국세청과 금융기관, 연금관리공단 등이 제공하는 자료를 이용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만 활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는 건강보험료 부과를 위해 선택적으로 수집한 자료인 만큼 금융소득이나 회원권 등은 소득에 반영되지 않거나 일부만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학금을 신청한 대학생이 가구원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한국장학재단이 이에 대한 확인을 소홀히 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이 가족관계증명서 정보를 활용해 지난해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102만명의 실제 가구원을 조사한 결과 표본의 1.8%인 1만8000여명이 가구원을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생은 자신의 아버지를 가구원으로 적어 넣지 않아 실제는 소득상위 20%임에도 소득하위 10%로 인정받았다. 이 대학생은 국가장학금 135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관련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장학금 수령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국가장학금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관련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지난해 409명에게 2억원의 국가장학금이 부당 지급됐고, 자퇴하거나 제적처분을 받은 장학생 392명이 모두 3억원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으로 대학생 1인당 평균 19%의 등록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지만, 성적 우수자를 위한 장학금은 오히려 20%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모든 대학생에게 영향을 주는 명목 등록금 인하율이 4.4%에 그친 것도 국가장학금 사업의 한계라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교육부가 2011년 대학생 학자금 대출금리를 적정금리(4.5%)보다 0.4%포인트 높은 연 4.9%로 책정, 학생들에게 145억원 상당의 이자를 추가 부담시킨 사실도 적발됐다.
감사원은 교육부 장관에게 국세청, 법원 등과 협조해 신청자의 소득, 재산, 가구원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신청자들의 소득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정부사회복지통합정보망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도병욱/정태웅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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