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성훈 나주시장 "지역생존 교육에 달렸다… 교육 살리니 떠나던 사람들 돌아왔다"

입력 2013-06-25 13:23   수정 2013-06-25 14:25

교육 예산 2배로 늘리고 초·중생 해외연수 지원
학업성취도·만족도, 우수학생 관내 진학률 상승




"나주 인구가 30~40년 전부터 계속 줄어들었어요. 교육 문제가 불안한 학부모들이 인근 대도시(광주)로 빠져나갔죠. 그래서 취임할 때부터 교육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강조했습니다. 전담 부서를 만들고 교육 예산도 2배로 늘렸습니다. 빠르게 바뀌고 있어요. 희망을 본 겁니다."

임성훈 나주시장(54·사진)은 특색 있는 교육 시정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지방자치경영대상 환경안전·인적자원육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교육과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 발전은 요원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중에서도 교육 문제를 선결 과제로 봤다.

그는 2010년 취임 후 교육지원과를 신설하고 교육 예산을 2011년 25억7000만 원에서 2012년 56억9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초·중·고 실력향상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전폭 지원했다. 시가 직접 예산을 지원해 지역 초·중등생 해외 어학연수도 보냈다.

임 시장은 인터뷰 내내 '학부모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철저하게 학부모의 관점에서 내 아이를 나주에서 교육시킬 수 있을지 자문했다"며 "교육 문제 해결 없이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나주 지역 상위 10% 우수 중학생의 관내 고교 진학률이 1년새 67.9%(2011년)에서 90.7%(2012년)로 껑충 뛰었다. 시가 교육에 팔을 걷어붙이자 자연히 자녀를 '내 고장 학교'로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난 것이다. 임 시장이 밝히는 선순환 효과다.

나주 출신인 임 시장 스스로 나주에서 중학교까지 다니다 광주 소재 고교로 진학한 경험이 있다. 그는 나주에 위치한 전남과학고·전남외국어고와 동신대의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과학·영어캠프를 마련했다. 교육 강화로 '돌아올 수 있는 나주'를 만들겠다는 그를 21일 시장실에서 만났다.

- 시장 취임 후 교육을 크게 강화했습니다.

"2010년 취임 당시 교육 부문을 평생교육 부서에서 전담하고 있었어요. 주무 부서가 초중등 교육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겁니다. 학교 일선이나 교육청과도 소통이 어려웠죠. 전체 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1년 3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교육지원과를 만들었어요.

나주 인구가 8만8000명 정도 됩니다. 30~4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이 교육 문제거든요. 자녀가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되면 학부모들이 불안한 거죠. 그 수요가 인근의 광주로 많이 떠났어요. 교육 문제 때문에 나주를 떠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일자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했어요."

- 지자체 단위에서 교육 인프라 투자가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어떻게 바꿨습니까.

"철저하게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했죠. '내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이란 가정을 했어요. 학부모들이 '나주에서도 교육시킬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학부모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반영하고, 학교가 소신을 갖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했죠. 학교에서 낸 프로그램의 경우 일체 예산을 깎지 않고 전부 지원했습니다."

- 교육 예산을 크게 늘렸다고 들었습니다.

"2011년 25억7000만 원에서 2012년 56억9000만 원으로 예산을 확대했어요. 증액한 예산은 초·중·고 학력향상 프로그램에 집중 투입했습니다. 초반에는 애로점이 있었죠. 시청이 교육청의 고유 업무 영역을 침해한다는 오해가 생겼습니다. 교육장과 수 차례 대화하고 실무진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교육지원청과 협력해 '나주 교육 살리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 초·중생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자체로선 흔치 않은 사례 아닌가요.

"그렇죠. 지자체가 직접 나서 학생들 해외 어학연수를 보내는 사례는 많지 않은 걸로 압니다. 요즘 영어교육 중요성이 워낙 강조되는데 마침 우리 시와 미국 웨네치시(워싱턴주)가 자매결연을 맺었거든요. 그래서 2011년 5월 현지를 방문해 밸리대학과 협정을 맺고 시가 지원해 어학연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첫해 여름방학엔 20명을, 지난해 여름방학엔 30명을 보냈습니다."

- 학생과 학부모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주 좋아요. 학부모 호응도 높지만 프로그램을 다녀온 학생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연수 다녀온 학생들이 느낀 점을 담아 제게 편지를 보내요. 지역에만 있다 해외체험 기회를 제공받으니 동기 부여가 되는 거죠. 공무원, 교사가 장래희망이었던 학생들이 외교관이나 할리우드 영화 제작 등 꿈이 다양해지더군요. 해외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환상도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어학연수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체험, 현지 학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등이 같이 진행됩니다. 제 아이들도 어릴 때 해외 연수를 다녀왔는데 사람을 대하는 데 자신감이 붙더군요. 시장으로서 지역 아이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죠."

-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입니까.

"젊은 학부모들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 프로그램 얘기를 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동안은 선택 여지가 없으니 광주로 나갔거든요. 그런데 이제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어요. 단적인 예로 상위 10% 학생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2011년엔 초·중등, 2012년엔 고등학교 대상 프로그램들을 주로 개설했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는 건 2015년 쯤으로 잡고 있어요. 대학 진학 성과로도 이어지려면 그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동안 과고와 외고 같이 갖고 있던 자원을 제대로 활용 못했는데 앞으로는 다각도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 유명강사들의 강의도 듣게 할 생각이에요."

- 나주에 전남과고와 전남외고 두 곳이 자리잡고 있네요.

"특목고가 있으니 좋지만 상대적으로 나주 지역 학생들의 입학 비율이 낮은 단점이 있었죠. 전남과고와 전남외고가 모두 나주에 있는데 왜 나주가 교육환경이 나쁜지 아쉬웠습니다. 저는 시각을 좀 달리 했습니다.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렸죠. 각각 과학캠프와 영어캠프를 열어 우리 지역 학생들이 특목고 교육과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목표의식도 생기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전남과고와 전남외고 모두 타 지자체에 비해 높은 비율의 지역 학생들이 입학하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학부모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어쭙잖게 광주로 옮겨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보다 나주가 더 나을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거죠."

- 눈에 확 띄는 성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표상으로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초점은 나주에서의 이탈을 줄여 교육환경 선순환구조로 가느냐에 맞추고 있어요. 초·중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지 않는다는 건 나주의 교육여건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점에서 관내 진학률이 중요한 지표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보고서를 통해 프로그램 만족도, 학력 향상 정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졸업생의 관내 고교 진학률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으로 올라갔습니다. 수도권 주요대학 합격자 수도 2012학년도 32명에서 2013학년도 46명으로 늘었어요.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과목별로 3.4%~6.1%까지 고르게 올라갔습니다."


-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나주는 도농복합도시예요. 행정구역상 '시'라서 대입에서 받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예컨대 농어촌특례입학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죠. 그렇다고 대도시처럼 교육 여건이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샌드위치’ 상황입니다. 전남 지역만 보더라도 나주고가 장성고·능주고 같은 곳에 비해 다소 불리한 여건을 갖는 셈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하려 해도 대중교통 부족으로 어렵다고들 합니다. 면 단위 학교에선 늦은 시간 귀가 학생들의 기본적 안전이나 편의 문제가 해결 안 돼 어려움을 겪어요. 시에서 대중교통 운영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버스가 하루 한두 편밖에 없는 경우도 있죠. 학교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 지자체 교육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도와줄 점이 있다면요.

"지역 특성이나 인구 규모 등을 감안해 대입 전형 대상과 범위를 현실화·세분화 했으면 좋겠습니다.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함께 갖고 있어 오히려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또 지역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할 경우 생활비 부담을 덜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지금 서울시가 공공기숙사를 짓고 있는데,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봐요."

- 직접 해보니 어렵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사실 시는 교육 문제에 대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지원을 확실히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큰 틀에서 교육 문제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팔을 걷어붙인 겁니다. 결국 교육이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간이에요. 지역이 교육 정보에 취약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가급적 그런 부분에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 시장님도 나주 출신이잖아요. 교육 철학과 선배로서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중학교 때까지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면소재지 학교를 다녔어요. 고교는 광주, 대학은 서울로 갔죠. 우리 학생들이 제 후배인 셈인데요. 저는 고교까지 지역에서 확실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서나 이후 삶에서 경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열어주고 싶어요. 틀에 갇히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외 어학연수도 그런 기회 제공의 성격이 강하죠.

작은 계기지만 그게 큰 자양분이 될 수 있어요. 제가 경험해보니까 그렇더군요. 여러 곳을 다니고 체험하면 사고 폭이 넓어지고 포용할 수 있는 기회도 생깁니다. 어렸을 때 좋은 경험을 하면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져요. 다양한 세부 교육 프로그램 운영도 중요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 목표고, 시는 거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돌아올 수 있는 나주'를 강조했습니다. 일자리와 교육, 어떻게 연계할 겁니까.

"어느 지자체든 마찬가지지만 젊은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나주 같은 경우도 농업 비율이 높아서 농사를 짓지 않으면 정착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질 좋은 학교와 일자리가 없는 게 핵심이죠.

다행히 나주는 혁신도시 이전이란 호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혁신도시에 들어오는 공기업 인력이 지방으로 오려면 역시 교육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일자리와 교육,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아니고선 지역 도시가 살아날 방법이 없어요."

-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영어유치원을 만들어 초등학교 취학 전 학부모의 유입을 유도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전남외고를 국제고로 만드는 방안을 교육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명문인 학교를 만드는 거죠. 이전하는 한국전력 등 주요 기관 임직원 자녀의 특례입학을 일정 비율 인정해주고 출연받는 형식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혁신도시도 성공의 관건은 궁극적으로 교육 문제죠. 일자리는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평촌 신도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학부모들이 신도시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시는 그런 환경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추는 데 힘쓸 예정입니다."

◆ 임성훈 시장은…

전남 나주 출생. 한양대와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주)바텍 창업주이자 대표이사를 지냈으며 (주)위텍인스트루먼트 대표이사, 경기도벤처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 나주시장에 취임해 올해 지방자치경영대상 환경안전·인적자원육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전국동주(同州)도시교류협의회장 등을 맡고 있다.

나주=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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