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에 벌어진 '남·북 사이버 전쟁'…靑·국정원도 뚫려…北고위층 신상정보 해킹

입력 2013-06-25 16:56   수정 2013-06-26 01:06

인사이드 Story <청와대·국무조정실 등 사이버 공격 당해>

어나니머스 예고대로 北도 중앙통신 등 해킹
새누리 일부 홈피 접속 차단…"북한 소행 가능성도"



6·25전쟁 63주년을 맞아 25일 전국적으로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인터넷에서는 치열한 ‘사이버 대전’이 벌어졌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의 한국 지부격인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 북한 웹사이트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해 주요 사이트를 먹통으로 만들었다. 비슷한 시간 청와대 국무조정실 등 정부기관과 새누리당 등 국내 웹사이트도 잇따라 해킹을 당해 정부는 사이버 위기 관심 경보를 발령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국내·북한 주요사이트 해킹

어나니머스코리아가 북한 주요 웹사이트 해킹 사실을 알린 것은 이날 오전 10시15분께부터였다. 어나니머스코리아의 한 회원(@Anonsj)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서 운영되는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 주소와 함께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탱고다운’ 메시지를 올렸다. 이어 ‘로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의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와 ‘고려항공’ ‘민족대단결’ 등 주요 웹사이트 공격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도 잇따라 게재됐다. 이들 웹사이트는 실제로 접속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국내 정부기관과 정당 홈페이지도 해킹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10분께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돼 붉은 글씨로 “위대한 김정은 수령”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전 10시께부터는 10분간 “통일 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 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는 메시지가 박근혜 대통령 사진과 함께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서비스를 중단하고 긴급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국무총리 비서실, 국무조정실과 새누리당 일부 시도당 홈페이지도 접속이 차단됐다. 대구지역 일부 신문사와 이투데이 등 언론사도 접속장애에 시달렸다.

◆어나니머스 예고대로 공격

남북한의 홈페이지 마비가 잇따랐지만 우려했던 기간망 파괴나 기밀정보 유출은 없었다. 어나니머스는 이날 “25일은 웹 공격만 잡혔던 날”이라며 “정보공개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국내 사이트는 개인정보 유출 의혹이 있어 조사 중이다.

이날 북한 사이트 공격은 어나니머스코리아가 지난 17일 6·25전쟁 발발 63주년을 맞아 북한 웹사이트 46곳에 대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감행하겠다고 예고한 대로 이뤄진 것이다. 어나니머스코리아 측은 전날인 24일에도 다른 회원의 트위터 계정(@YourAnonNewsKR)을 통해 “어나니머스는 밤 12시 북한사이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킹을 통한 사회운동 ‘핵티비즘’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사퇴, 자유민주주의 수립 등을 요구하며 수차례 북한 인터넷을 해킹해왔다.

국내 사이트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서는 북한의 보복성 공격설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사이트 해킹에는 ‘민주와 통일을 지향하는 어나니머스코리아’라는 문구가 떴지만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청와대를 해킹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소행으로 추정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임종인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장은 “어나니머스가 6·25 공격을 꾸준히 예고해 온 만큼 북한의 공격을 대비했어야 했다”며 “이번 공격이 웹사이트 마비 수준에 머물러서 다행이지 서로 강도 높은 공격을 주고받았으면 피해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3000여명의 사이버전 전담 부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해킹 소식이 알려진 직후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 담당관 참석 아래 ‘사이버위기 평가회의’를 열고 사이버위기 두 번째 단계인 ‘관심’ 경보를 발령하고 조사 중이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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