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회장들이 정말 돈을 그렇게 많이 받나요?”
금융지주사 등기임원 연봉에 대한 기사가 보도된 25일. 한 독자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 20억원을 훨씬 넘는다는 기사 내용이 맞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는 “신한·KB·하나금융 회장 연봉은 20억원을 웃도는데 왜 우리금융 회장 연봉만 9억원이냐”는 질문도 덧붙였다.
작년 금융지주사들이 회장에게 지급한 돈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많았다. 신한금융이 27억원, KB금융이 21억원이었다. 하나금융도 20억원이 넘는 돈을 책정했다. 물론 여기엔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 외에 장기성과급도 포함돼 있다. 장기성과급 규모는 퇴임 후 결정되기 때문에 이 돈을 모두 받아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 회장의 연봉만 낮았다. 고정급여 6억원에 단기성과급 3억원이 다였다. 장기성과급은 아예 없다. 9억원이란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다른 3개 회사에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고 우리금융 실적이 저조한 것은 아니다. 작년 1조583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금융(1조7029억원) 및 하나금융(1조6024억원)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금융 회장 연봉이 적은 것은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매년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맺고 임직원들의 급여와 마케팅 비용 등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기도, 적정한 성과 보상을 해주기도 힘들다.
다른 3개사는 다르다. 이들 3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6% 줄었다. 그런데도 회장 연봉은 일제히 올랐다. 정부의 간섭 없이 이사회에서 연봉을 책정해서다. 실적급에 과연 ‘실적’이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심스럽다.
여기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봉이 많다는 걸 지적하자는 건 아니다. 외국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와 비교하면 오히려 턱없이 적다. 뛰어난 실적을 내면 많은 보상을 해주는 것도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하다.
문제는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가 공정한지 여부다. 금융감독원도 다음달 금융지주사 및 은행 임직원들의 성과보상체계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합리적인 성과보상체계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다.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만들어져 성과에 걸맞은 연봉이 책정될지 두고 볼 일이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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