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조사에 협조적 임해…檢, 내일 영장청구 여부 결정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5일 이재현 회장을 소환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가 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에 출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이르면 26일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 회장 “조사 성실히 임하겠다”
이 회장은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시간 즈음인 오전 9시35분께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검찰이 지난 주말 이 회장에 대한 소환통보를 밝혀 이른 아침부터 청사에는 취재진과 CJ그룹 관계자 등으로 붐볐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를 맨 이 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입구에 들어선 뒤 취재진 앞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거나 보고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검찰에서 답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서미갤러리를 통한 미술품 거래 의혹과 차명재산이 선대 유산이라는 기존 입장의 변화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날 조사는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 조사실에서 오전 10시께부터 이뤄졌으며 신봉수 부부장 검사와 수사관 1명이 조사를 맡았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해외 비자금 조성 지시 여부와 자금의 흐름·용처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이병석 김앤장 변호사 입회 아래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의 물음에 차분히 답하는 등 협조적으로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대 조세 포탈 등 혐의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 회장은 국내외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그룹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이후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500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 △CJ제일제당의 회삿돈 6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차명으로 매입해 회사에 350여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 등을 집중 조사해 왔다. 또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위장 거래하면서 비자금을 운용한 혐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재산 국외 도피 △‘검은 머리 외국인’을 가장한 차명 주식 투자로 자사 주가를 띄운 혐의 등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해 왔다.
○검찰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검찰은 이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데다 범죄 액수가 많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사팀은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금융회사 관련 자료와 홍콩, 싱가포르 측에 사법공조를 요청한 자료 등을 아직 받지 못했지만 이미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검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다고 판단되면 26일 재소환할 가능성도 있다”며 “일단 귀가시킨 뒤 조사가 끝나는 대로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금고지기’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홍콩 소재 CJ글로벌홀딩스의 신모 부사장을 구속 만기일인 26~27일께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신 부사장과 이 회장을 직접 대질시켜 조사할 계획은 없다”며 “이 회장 외에 오너 일가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전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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