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지 못하는 장애가 이렇게 강점으로 인정받게 될 줄은 몰랐어요.”
LG이노텍 경북 구미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박선경 씨(29·여). 그는 청각장애인이다. 생후 100일 즈음 열병을 앓은 뒤부터 청력을 잃었다. 한때 장애를 딛고 수영 선수로도 활동했지만 나이가 많아지면서 꿈을 접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그였지만 요즘은 신이 난다. 장애가 없는 일반 직원들보다 회사에서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박씨는 “전국 장애인수영대회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분이 좋다”고 했다.
박씨가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특별한 팀에 속해 있기 때문. 같은 팀에서 일하는 35명 전원이 박씨와 같은 청각장애인이다. 모두가 작년 8월 LG이노텍이 실시한 장애인 공채를 통해 입사했다. 장애를 이겨내려는 의지 위주로 뽑다 보니 비보이를 꿈꾸는 최용준 씨(20)와 이종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던 황병근 씨(20) 등이 함께 합격했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최종 품질 검사. 마지막으로 카메라 모듈 성능을 테스트하고 불량품을 걸러내는 일이다. 그래서 팀 이름도 ‘파이널(final)반’으로 정했다. 광학솔루션사업부 제조3팀 아래엔 모두 4개의 파이널반이 있지만 업무 성과는 청각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파이널D반이 가장 좋다.
작년 10월 엉뚱한 목표가 할당된 게 1등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1인당 하루 2600개의 모듈을 검사하는 게 원래 목표치였으나, 수화로 의사 소통하는 과정에서 파이널D반에만 목표치가 2800개로 전달된 것. 이 목표를 달성하면서 파이널D반은 소리없이 일하는 특공대로 불리게 됐다.
파이널D반을 이끌고 있는 김양섭 반장(47)은 “주위 소음에 신경 쓰지 않고 일할 수 있어 다른 팀에 비해 업무 집중도가 높다”며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강점을 100%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파이널D반에서 일하고 있는 송권희 씨(28·여)는 “들리지는 않지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며 “우리가 좋은 평가를 받아 더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미=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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